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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 정신건강 챙기는 '마음상담소 출범'…1.5억원 투입
200~300명 전문 상담 가능…추후 재원확대 예정
코스포 등 민간 주도…한벤투·VC협회 후원
전문가 심리상담·토크룸·마음캠프 등 진행
2023-06-02 13:00:00 2023-06-02 16:48:13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창업가들의 멘탈을 잘 관리하는 것이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는 경영의 기초체력이다. 창업가들의 정신건강은 혁신을 촉진하는 인적자본이라고 생각한다. 창업가들의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가들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1억5000만원을 우선 투입해 마음상담소를 만들어 창업가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민간 주도로 진행하게 됐는데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아산나눔재단, 디캠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 4개 기관이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후원을 받아 마음상담소를 열게 됐습니다.
 
최 대표는 "마음상담소 재원의 마중물은 한국벤처투자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도움으로 1억5000만원을 마련하게 됐다. 투자자나 기업을 통해서 점차 재원을 더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월별로 수십명 정도의 창업가를 선정해 초기 예산으로 200~300명이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생태계 관련 기관 및 단체가 합심해 추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지속되자 창업가를 위한 멘탈 헬스케어가 필요하다는 생태계 파트너들의 공감대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음상담소에서는 △전문가 심리상담 지원 △웰니스 자가점검 테스트 △경영 고민을 나누는 토크룸 △마음캠프 프로그램 △멘탈 헬스케어 서비스 맵 구축 등이 진행됩니다. 창업가를 위한 위로와 공감은 물론 전문가 조력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출범식에는 최 대표를 비롯해 이영 중기부 장관과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대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등 생태계 파트너와 김영인 가지랩 대표, 유정은 마보 대표 등 멘탈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창업가까지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360에서 열린 '창업가들의 마음상담소'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인 가지랩 대표, 장석환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유정은 마보 대표,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대표,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사진=중기부)
 
이영 중기부 장관은 "20년간 벤처를 운영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뒤 주변에서 뭐가 좋아졌느냐고 물어보면 의원 초기 시절 주말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며 "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업가들의 정신건강이 어떤지 정신건강 관리가 왜 필요한 상황인지 누구보다도 와 닿는 사람"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로 직원들을 구조조정 해야 할 때 회사 문을 열기가 힘들었다. 처음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예술의전당 뒤에다 차를 세워놓고 짐승소리가 날 정도로 울었다"며 "지나고 보니 그 과정을 관통했던 선배들을 가까이에서 알았다면 그 문제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마음상담소가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클러스터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배들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 창업가들은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창업가의 경우 정신건강이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5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발간한 '스타트업 창업자 정신건강 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우 우울, 불안, 수면문제, 자살의 유병률이 다른 인구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스의 경우 심한 수준의 비율이 41%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나 민간기업의 창업자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출범식에서는 창업가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장 이사장은 "창업가의 멘탈 헬스케어 우려는 오래전부터 대두된 문제다. 창업가들은 과도한 업무와 성과 압박, 법적·경제적 책임에 대한 부담에 시달려 우울증과 번아웃을 겪는다"며 "투자시장 위축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얘기하는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창업가의 멘탈 헬스케어다. 사회·경제적 변화가 두드러질수록 필요한 것은 단단한 마음과 자아성찰, 회복탄력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창업가 혼자 정신적인 힘을 키우는 것은 어렵다. 정부와 민간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덕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자의 정신건강을 우선 배려한다. 그게 현명한 투자자다. 스타트업이 성공해야 회수가 가능하기에 창업자의 멘탈을 관리해 성공확률을 높이는 셈"이라며 "디캠프에서 2019년부터 실험적으로 마음상담서비스를 내부에서 진행했는데 상당수 창업가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거절을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전문 상담을 통해 일과 자신의 경계를 확실하게 짓고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라운드 토크에 참여한 김영인 대표는 "창업가들의 경우 피칭하고 설득하는 업무에 익숙해져 있어서 자신의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숨기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정부에서 생태계를 만드는 차원으로 접근해 창업가들이 스스로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다들 힘들 수 있구나를 깨닫고 이것이 알려져야 이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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