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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로나 청구서' 날아온다
2023-05-25 06:00:00 2023-05-25 06:00:00
"2분기부터 실적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연체율은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고, 충당금도 역대급으로 쌓아야 될 걸요."
 
코로나19 확산에도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낸 국내은행 연체율이 반등하면서 은행권 관계자들은 실적 잔치는 이제 끝이 났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던 '연체율 착시효과'가 이제야 걷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요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모두 상승세인데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평균 0.304%입니다. 한달 전(0.272%)보다 0.032%p, 1년 전(0.186%)보다 0.118%p 올랐습니다.
 
문제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하반기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이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하반기까지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 이자 상환유예 조치도 오는 9월 이후 종료될 예정입니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일괄적인 대출만기 연장, 이자 상환유예 조치를 반복해온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이를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전환하고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키로 합의했습니다.
 
만기연장은 최장 2025년 9월까지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올해 9월 말 종료됩니다. 차주들은 오는 10월부터는 정상적으로 빚을 상환해야 하지만 높아진 연체율에 대출문턱도 함께 올라가니 빚 돌려막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코로나 대출 잔액은 대략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만기연장(124조7000억원), 원금유예(12조1000억원), 이자유예(4조6000억원)를 합한 코로나 관련 대출 잔액은 총 141조원에 달합니다. 대출 원금도 그렇지만,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 더 불어난 것입니다.
 
각 금융사들은 부랴부랴 대손충당금 쌓기에 나섰습니다. 금융권은 1년 전의 2~3배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으며 건전성 관리에 들어가는 동시에 당분간 영업전략도 외형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 등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는 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차주입니다. 국내 은행이 대출이 있는 가계에 대해 전망한 신용위험도는 1분기 39에서 2분기 42로 높아졌습니다. 카드 사태가 있던 2003년 4분기에 44를 기록한 후 19년 6개월 만에 최대치입니다.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대출문이 좁아질 경우 한계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가계도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고금리에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코로나 금융 지원까지 끝나면 부실 폭탄이 하나둘 터질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부실 규모가 작게는 수십조원에서 크게는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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