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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피프티, 영미권 차트 균열…K팝 새 시대
K팝 걸그룹 미국 빌보드 차트 최장 기록…영국 오피셜 차트 신기록
숏폼 콘텐츠 자생적 제작과 전파 주효…BTS·블랙핑크가 구축한 'K팝 인프라'
2023-05-17 18:00:00 2023-05-17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최근 K팝 신예 걸그룹 피프티피프티가 영미권 차트에서 균열을 일으키는 가운데, K팝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별다른 현지 홍보 활동이나 글로벌 팬덤 화력 없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어서입니다.
 
15일(현지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피프티 피프티가 지난 2월24일 발매한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The Beginning: Cupid)' 타이틀곡 '큐피드(Cupid)'는 20일 자 '핫100'에서 17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주보다 2계단 올라섰습니다.
 
100위로 첫 진입 뒤 94위, 85위, 60위, 50위, 41위, 19위로 순위를 높여왔습니다. 8주 연속 차트에 오른 건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의 협업곡 '아이스크림(Ice Cream)'이 세운 기록과 동일합니다. '아이스크림'은 '핫100'에서 13위까지 올라 K팝 걸그룹 최고 순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다만, 피프티피프티는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며, 단독 곡이라는 점에서 이 열풍을 심상치 않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현재 상승세라면 '핫100' K팝 걸그룹 최장 진입 및 최고 기록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피프티피프티. 사진=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이미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 K팝 걸그룹 신기록을 썼습니다. 최근 메인 싱글 차트인 '톱100(12~18일)'에서 직전 주 9위에서 1계단 뛰어 오른 8위에 올랐습니다. K팝 걸그룹 처음으로 해당 차트 톱10에 진입한 겁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은 17위로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 협업곡 '사우어 캔디(Sour Candy)'였습니다.
 
'Cupid'의 흥행은 단순히 한 가지 요인은 아니지만, 틱톡 등 숏폼 기반 콘텐츠의 자생적 제작과 전파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K팝에서는 그간 '댄스 챌리지(핵심 안무를 따라하는 영상을 해시테그를 붙여 이어달리기처럼 올리는 숏폼 문화)'를 기획사와 가수들이 인위적으로 제작하던 흐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조금 다른 기류가 포착됩니다.  대중들이 '별다른 의도 없이, 자발적으로' 만든 숏폼 영상이 음악 시장에 거꾸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Cupid'는 원곡 속도를 2배 이상 빠르게 조정한 증속(스패드업·sped-up) 버전을 숏폼 이용자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스웨덴 작곡가인 애덤 본 멘저를 필두로 해외 작곡진들을 대거 기용해 K팝 버전의 도자캣('Say So'나 'Kiss me more'), 디스코 팝을 만들어 낸 셈. 세련되며 몽글거리는 멜로디, 작위적인 악곡보다는 물 흐르듯 편히 흐르는 프리코러스 같은 음악적인 요소도 중요했습니다. 소속사 어트랙트 프로듀서 SIAHN(안성일) 씨에 따르면, 'Cupid'의 본격적인 작업기간은 대략 총 3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합니다. 배경음악으로써 운동하거나 요리를 하는 숏폼 참여자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유례 없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겁니다.
 
대중음악업계에서는 'Cupid'의 흥행 공식이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의 성공 행보와는 다르며 K팝 새 시대를 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BTS나 블랙핑크의 경우, 대개 뉴미디어와 글로벌 팬덤 화력(다운로드, 스트리밍 등)에 기반해 차트를 공략해왔습니다. 이 축적된 토양이 K팝을 미국의 주류 시장까지 안착시켰고, 중소기획사의 신인 그룹이라도 단숨에 세계 시장을 향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입니다.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은 이유입니다.
 
K팝 업계에선 피프티피프티 'Cupid' 이후 글로벌 시장에 대한 접근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 보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우선적으로 음악의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이후 자생적으로 숏폼 문화에 올라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빌보드 '핫100' 17위까지 오른 피프티피프티 '큐피드'. 사진=어트랙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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