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위기의 시화MTV①)경기 악화 직격탄…공실에 상가주 피눈물
"백종원 대표 오지 않고선 답 없다"
부동산 호황기 상가 분양 불티…지금은 '텅텅'
고금리·부실 PF 여파에 일부 사업 지연…"수분양자는 식음전폐"
2023-05-15 06:00:00 2023-05-15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미 슬럼화가 진행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백종원 대표가 오지 않고선 드라마틱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싶어요."
 
지난 13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에서 만난 한 상가 수분양자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1년 반 전 거북섬의 상가를 분양받은 뒤 개발 열기에 올라탔다는 기대감은 현재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상가 공실은 한눈에 봐도 심각했는데요. 이날 둘러본 거북섬 일대 상가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부동산이나 공사현장에 흔히 있는 한식 뷔페 간판만 크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 내 거북섬 일대는 시흥시와 경기도, 한국수자원공사, 민간 시행사가 함께 개발하는 '해양레저복합단지'입니다. 서해와 맞닿은 자연환경에 인공서핑장 등 해양레저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고, 숙박시설과 스트리트몰 등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 관광 거점 단지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죠.
 
거북섬 일대 한 부동산 벽에 붙어 있는 지도. (사진=김성은 기자)
 
경기 악화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같은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일부 계획이 지연됐기 때문입니다.
 
당초 시화MTV 거북섬 일대에 대관람차, 무료 풀장, 해양생태과학관 등이 들어설 것으로 계획됐습니다. 대관람차 착공은 미뤄졌으며, 인공서핑장 양 옆으로 예정된 무료 풀장은 재검토 중에 있습니다.
 
시흥시청 관계자는 "대관람차의 경우 PF 대출 지연으로 착공이 연기됐다"며 "언제 착공할지 명확하게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양생태과학관은 2024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며, 아쿠아펫랜드는 내부 인테리어 단계"라고 덧붙였습니다.
 
호텔이 들어설 것이라 소문이 났던 부지는 공매에 부쳐졌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를 보면,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2724와 2724-1 토지 15만여㎡에 대한 입찰 공고가 올해 2월 올라왔으며, 3월 15일까지 8회 유찰됐습니다. 감정평가액은 총 1230억원으로 매겨졌으나, 거듭된 유찰로 최저입찰가는 775억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반상업지역인 해당 토지는 숙박시설(생활숙박시설, 제2종근린생활시설 일반음식점, 제1종근린생활시설 목욕장)을 주용도로 하는 건축허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시화MTV 거북섬 일대 인공서핑장과 상가 전경. (사진=김성은 기자)
 
앞서 시화 MTV 거북섬 일대 투자 바람이 불었을 때 이 토지에 유명 호텔이 들어선다는 말이 기정사실처럼 떠돌기도 했습니다.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여기 반얀트리 호텔이 지어진다는 말이 파다했다"며 "유명 호텔이 세워지면 땅 가치도 올라가니 기대가 컸다"고 말했습니다.
 
예정대로 진행된 곳은 지난 2020년 10월 준공한 인공서핑장입니다. 하지만 인공서핑장만으로 관광객 유입 확대를 이끌어내긴 역부족이라는 목소리입니다. 한 상가주는 "사계절 내내 인공서핑장을 운영한다고 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며 겨울에 문을 닫고 있다"면서 "겨울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퇴로 없어"…상가주·수분양자 '발동동'
 
부동산 호황기 거북섬에 상가를 짓는 시행사들은 개발 호재를 적극 홍보하며 분양에 나섰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꺾이기 직전인 2021년 하반기, 200여개 상가가 있는 건물이 3달 만에 완판될 만큼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설명입니다.
 
지금은 반쪽 개발에 그쳤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기존 계획이 더뎌지고 관광객은 늘지 않는 가운데 상권이 자리잡지 못하며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상가주와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당장 임차인을 구하기 힘든 데다 은행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거북섬 상가 수분양자는 "여기 수분양자 중 노후를 위해 평생 모은 돈을 부은 사람, 남편 몰래 상가를 계약한 사람 등 다양하다"며 "여러 채 상가를 매입한 사람은 식음을 전폐할 정도"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시화MTV 거북섬 일대 상가. 부동산과 한식 뷔페를 제외하면 공실이 많다. (사진=김성은 기자)
 
시화MTV 거북섬 일대는 입지상 외부 관광객 유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아직 분양 중인 곳도 있고, 상권을 살리기에는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현재 거북섬 일대는 수요에 비해 상가나 오피스텔 공급이 많은 편"이라며 "아파트 규제로 유동성이 비주택으로 몰렸던 시기, 상가가 많이 지어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면 상권 활성화까지 몇 년이 소요된다"며 "거북섬 일대는 외부 인구 유입이 필요한 곳이라 상권 활성화까지 더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