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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윤 정부 노동개혁 '편향적'…"노사정 공론화 과정 필요"
5월, 윤석열 정부 1년·노동의 계절(노동절) 맞이 '심층진단'
노동사회 전문가 진단 "노동 개혁 '친기업'에 치우쳐"
"정확한 그림 없으니 정책 방향 잡지 못하는 것"
"최저임금 문제 등 노사정 공론화 과정 필요"
2023-05-02 06:00:00 2023-05-02 06:00:00
 
 
[뉴스토마토 주혜린·정해훈·김지영·김유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이 사용자 편으로 쏠리는 등 '편향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일자리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노동 시간 단축이 논의 돼야하나 일부 기업의 민원만 들어주는 등 과로사를 조장하는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일자리 문제 등 노사정이 모여 전반적인 노동 정책을 공론화해야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가 노동사회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관한 견해를 문의한 결과, "노동 개혁이 친기업 입장으로 치우쳐 있다"며 노사정 대화와 타협의 장을 주문했습니다.
 
손익찬 일과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형 임금 체계 등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은 완전히 사용자 쪽 편만 드는 방식으로 가고 있으니까 공정하지가 않다"며 "돈이 있는 사람을 위한 상식과 자유만 있고 없는 사람들의 상식과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는 전혀 작동을 안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특히 "69시간 근무제는 연차도 소진을 못 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으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는 실질적으로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지금 노사 관계에서 몰아서 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로사를 조장했던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근로 시간 문제, 노조 탄압 문제 등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뭔지,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언했습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가 우리 국민이 모두 노동 시간 단축을 이야기하고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데, 69시간 근무제를 꺼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된 꼴"이라며 "일자리 문제나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등 노동 시간 단축의 장점이 있는데 그것을 모두 포기하고 일부 기업가들의 민원만 들어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소장은 "최저임금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인데 극심한 반노농 편향 의심을 받고 있다"며 "노동계와 사용자 일방이 원하는 사람이 아닌 양쪽이 모두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꾸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동을 유연하게 할 것이 아니라 일부 오너와 주주만을 위한 자본이 아니라 이해관계인과 국민 모두를 위한 자본으로 유연하게 하는 것, 오히려 자본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노동자를 수시로 만나 논의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길로 가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사회 공공성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심각한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늘리는 정책은 말도 안된다"며 "유연화는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긴 하지만,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 문제나 일자리 문제 등은 노사 타협이 잘 안되니 노사 어느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위원들은 양쪽 합의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야 한다"며 "정부도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고 중재하는 입장이 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성과급으로 하기로 하면 이중 노동시장 구조가 아니고 오히려 더 심화시키는 걸로 가게 된다"며 "노동시간 유연화도 특정 조건에서 69시간까지도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건데 사람 몸이 버틸 수준이 아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기존 특별 연장근로를 통해 정부 인가 받아서 근로 시간을 늘리는 기업도 있었고 이전 정부가 탄력적 근로시간이나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활용 폭을 더 넓혀 놓은 게 있다"며 "근로시간 유연화는 기존 제도로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정부가 노동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겠다는 정확한 그림이 없으니 정책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며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인데, 확실한 방향이 없으니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는 OECD에서도 아직 제일 많이 일하는 나라 중에 하나로 장시간 노동 국가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 지금 노동 개혁의 의제"라며 "주 52시간제 빗장을 열게 되면 다시 노동 시간이 늘어나는 식의 상황으로 돌아간다. 노동 개학이지 개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꼬집었습니다. 
 
이 교수는 "노동개혁이 친기업적인 입장으로 치우쳐 있다. 노동 개혁이라면 양노총을 포함해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을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대화도 없고, 특히 노동조합을 배제시키다보니 갈등만 유발하는 식의 노동 개혁이 추진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대상자들도 대부분 노동시장에서의 저임금층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 대한 소득을 일정하게 올릴 수 있는 것까지 고려가 된 인상 공식이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이 생산성을 높일 생각은 안 하고 기계 쓰고 저임금 노동력을 자꾸 쓰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장기적 측면에서 퇴행적인 흐름을 갖고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산업 전환의 흐름에 안 맞는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정부가 과도하게 최저임금위 목소리를 내고 방향을 설정하는 건 위험하다. 노사 모두 조금 미래 지향적인 논의들을 해야 되는데 최저임금위가 가격만 가지고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까 악순환에서 벗어나질 못 한다"며 "이제 노사정이 이런 문제를 좀 1년 내내 공론화하는 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미래 산업의 지형들과 기술 발전이 달라지고 다른 유형의 일자리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한다. 노동시간보다 교육 과정과 직업 훈련 과정 등을 바꿔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이 사용자 편만 드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너무 편향적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사진은 양대노총 69시간제 관련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정해훈·김지영·김유진 기자 joojoos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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