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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이건 ‘3조 3천억’ 규모의 유출입니다
2023-05-03 07:01:02 2023-05-03 07:01:02
4 25일 국내 토종OTT플랫폼 웨이브의 ‘2023년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바로 전날 글로벌 OTT사업자 넷플릭스가 K콘텐츠에 무려 3 3천억 투자 발표를 한 직후라 이날 설명회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웠습니다.
 
분명 웨이브에게 경쟁 상대인 넷플릭스의조 단위투자 계획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웨이브는 2021년 발표에서 2025년까지 1조원 투자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에서 경제 논리가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먼 여행 떠나는데 노잣돈 두둑이 준비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는 아무래도 행색부터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가입자 수치입니다. 웨이브는 작년 한 해 영업손실이 1217억에 달했습니다. 가입자 수가 미비하게 증가한다지만 OTT플랫폼 중요 지표인 월간활성사용자수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웨이브만이 아닙니다. 다른 국내 토종 OTT플랫폼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진행된 라인업 설명회,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넷플릭스 투자 계획과 관련오히려 환영할 일이라 말했습니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고 창작 산업도 살아날 것이란 이유를 들었습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립니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들어온 그 자본이 창작 산업도 살아나게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바로 IP(지적재산권) 보유 문제 때문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투자한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입김을 넣지 않는, 이른바투자하지만 관여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 중입니다. “돈 줄 테니 네 마음대로 만들어 봐.” 얼핏 이상적 투자자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의 모든 권리를 가져갑니다. 통상적으로 전체 제작비 10% 안쪽에서 제작사와 창작자는 보상 받습니다. 추후 흥행에 대한 정산은 없습니다. 이미오징어 게임’ ‘지금은 우리 학교는’ ‘킹덤등 글로벌 K콘텐츠 히트작들에 대한 IP보유 논쟁과 정산 문제가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습니다.
 
IP에 대한권리 찾기없이는 몇 조 혹은 몇 십조 투자가 이뤄진다 해도 결과는 같습니다. 한국은 열심히 만들어 미국에 갖다 바치고 또 열심히 만들어 미국에 갖다 바치는 글로벌 OTT 하청 기지로 전락하게 됩니다.
 
물론 열심히 만들면세계적 유명세란 보상을 대가로 받긴 하지만 그 달콤한 보상은 감독과 메인 작가, 주연배우 등 가장 선두에 선 일부만의 몫일 뿐입니다. 일부가 받게 될 달콤한 보상, 국내 콘텐츠 창작 산업 근본적 성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허상입니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콘텐츠 경쟁력 또한 높아지고 창작 산업도 살아날 것이다는 이태현 웨이브 대표의 발언. 주어가 빠진 듯 합니다. 주어를 넣어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넷플릭스가 투자한콘텐츠 경쟁력이 높아지고넷플릭스의 창작 산업도 살아날 것이다.” 3 3천억 투자 유치가 아니라 그 액수만큼 한국 콘텐츠 창작 산업의 글로벌 위치가 추락한단 뜻입니다. 국내 창작 산업 발전 가능성이 유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 단 얘기입니다.
 
아마 이 대표도 넷플릭스의 셈법에 순간 헷갈리신 듯합니다. 이건 3 3천억 투자 유치가 아니라, 3 3천억 가능성의 유출입니다. 반박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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