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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재벌 드라마와 현대가 사위 '정태영'
2023-04-18 06:00:00 2023-04-18 17:21:58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재벌가를 다룬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삼성가를 모델로 한 '재벌집 막내아들'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블랙의 신부'에 이어 '퀸메이커'도 재벌가를 주요 소재로 삼았습니다. 이들 드라마에서 공통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재벌가 사위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가 사위들은 '로열 패밀리'지만 조연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실에서도 재벌가에서 사위는 '식구'로 대접을 받기에는 명확한 한계를 보입니다. 타박 끝에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남'이기도 합니다. 
 
실제 재벌가 사위는 아내를 통해 자신의 신분이 상승하는 일명 '신데렐라' 운명이 많았습니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사위였습니다. 2020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21년 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며 삼성가와도 인연이 끝났습니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셋째 사위였던 신성재 삼우 부회장도 2005년부터 9년간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지냈으나 2014년 이혼 뒤에는 현대차 관련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했습니다. 애경가 사위였던 안용찬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의 경우, 회사를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등으로 만들고도 자리를 비켜줘야 했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도 대한민국 대표 재벌인 현대가의 사위입니다. 손아래 동서인 신성재 부회장이 현대차 집안에서 퇴출된 것과 달리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의 비약적인 성장에 힘입어 현대카드를 업계 선두권으로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디자인 경영'에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사실 그는 현대차 집안에서 서러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장인 정몽구 명예회장 앞에 무릎을 꿇고 통장 검사를 받은 일도 있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처삼촌)으로부턴 욕설을 듣고 손찌검을 당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장인을 '사이코'라고 부르거나, 처삼촌에 쌍욕 험담까지 해댄 것은 그 역시 처가를 식구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 모두 법원에 제출된 증거자료에서 확인됩니다. 
 
그럼에도 그가 재벌가의 사위라는 지위를 지켜야 하는 점은 명확합니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고, 현대카드 역시 지분율을 보면 현대차 36.96%, 현대커머셜 34.62%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대커머셜 지분은 또 다시 현대차 37.5%, 정 부회장의 아내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25.0%, 정 부회장 12.5% 순입니다. 결국 자력으로 정 부회장이 현대카드 왕좌에 오를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다시 말해, 전적으로 처남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의중과 결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눈 밖에 날 경우 손아래 동서나 다른 재벌가 사위들처럼 '빈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주목되는 건 정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잡음이 그에 대한 평판을 상처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친동생들과 수년째 벌이고 있는 갖가지 소송의 핵심은 결국 '돈'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소문도 무성합니다. 장인을 '사이코'로 칭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그의 본심과 인성은 이미 드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신데렐라 눈 앞에서 내려온다면 결국 스스로 불러들인 화일 것입니다.  
 
최병호 탐사보도1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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