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하반기도 불투명…반도체 D램 하락세
반도체 D램 가격 1분기 20% 급락…하반기 수요 회복도 불투명
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적자 규모 3조원대 전망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불확실성 높은 경영환경, 유연 대응 노력"
2023-03-29 14:23:14 2023-03-29 14:23:1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메모리 반도체 D램 가격이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최근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재고가 증가했고, 적극적인 감산 노력이 이어진다고 해도 연말에나 수급이 정상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반도체 칩(사진=연합뉴스)
 
29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에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20% 급락했습니다. 가격 하락 폭은 2분기에 10∼15%로 둔화할 전망입니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수요를 회복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특성상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밑돌 경우 가격 상승이 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생산량을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트랜드포스 측은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D램 종류별 1분기 ASP 하락률은 PC D램 15∼20%, 서버 D램 20∼25%, 모바일 D램 13∼18%, 그래픽·소비자용 D램 각각 18∼23% 등입니다. 2분기 ASP 하락률 예상치는 PC·모바일·그래픽·소비자용 각각 10∼15%, 서버 D램 13∼18% 등으로 나왔습니다.
 
트렌드포스는 가격 낙폭이 비교적 큰 서버 D램에 대해 "재고 조정 때문에 OEM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수요가 부진했다"며 "소비자 수요 전망도 밝지 않아 재고가 대량으로 쌓였다"고 설명했습니다.
 
PC D램에 대해서는 "재고가 약 9∼13주 치 남은 구매자들의 구매 수량이 지난 3분기 동안 급감했다"며 "낮은 가격에 업체들이 D램을 더 살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통해 공급업체의 재고 과잉이 완화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3조원이 넘는 적자를, SK하이닉스는 4조원이 넘는 적자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적자규모 3조7000억원 전망
 
삼성전자의 경우 2분기에도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부문의 적자를 감안해 1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63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5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면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전 분기 대비 10%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전 분기 대비 89% 줄어든 수치"라고 했습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반도체 부문에서 D램과 낸드(NAND) 모두 우려했던 것보다 출하가 매우 부진하고, 그에 따른 가격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는데요.  김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의 적자 규모는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재고평가손실이 추가적으로 반영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재고의 정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면서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고, 삼성전자의 D램 생산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 1분기에도 재고가 증가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어 "오는 2분기에는 계절적으로 출하가 증가하겠지만,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나야만 재고의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며 "상반기에는 고객사 재고 수준이 여전히 낮지 않고 서버향 수요도 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재고 감소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연합뉴스)
 
박정호 부회장 "불확실성 공존…운영비용 원점 재검토"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마이크론에 추격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업이 분산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0%가 넘어 업황 악화로 받는 충격이 더 큰 편에 속합니다.
 
업계에선 당초 예상보다 SK하이닉스의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D램 업황이 기대 대비 부진한데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인위적 감산이 단기간 내에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부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짚으면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박 부회장은 "설비투자(CAPEX) 지출은 전년도 19조원 정도에서 올해는 50% 이상절감된 투자를 계획한다"며 "운영비용(OPEX)도 모든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한 OPEX를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메모리 업체 투자 생산 축소에 따른 공급량 축소 효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들 재고도 점차 소진되고 있어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하반기 업황 개선 요인은 있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합병(M&A) 등을 보면 거시경제가 예기치 못한 이벤트로 인해 전체적인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공존한다"고 밝혔는데요.
 
박 부회장은 "이런 불확실성 높은 경영환경에 맞춰 유연한 대응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서 우리 회사의 양산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경영진은 판단한다"고 전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