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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득실은?
4대 그룹 총수들, 일본 경제인들과 20년만에 한자리 모여
반도체 등 산업 공급망 협력…국산 소부장 위축 우려, 득실 엇갈려
2023-03-20 06:00:00 2023-03-20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로 한국이 얻는 득실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양국 경제인들은 반도체 및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공급망 안정과 첨단·과학기술 협력, 디지털 전환 작업을 함께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업계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철폐로 원활한 반도체 소재 수급이 가능해지는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합니다. 여기에 '화이트리스트' 복구는 해결되지 못했다는 야권의 비판도 제기됩니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절차에서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목록을 말합니다.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년 만에 4대 그룹 총수들,  한일 경제인 행사 전원 참석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본 게이단렌은 지난 17일 일본 동경 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습니다. 4대 그룹 회장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모두 함께 참석한 것은 20여 년만에 처음입니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자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도 한국을 제외한 보복조치를 했습니다. 
 
양국은 이번에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문제에 대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는데요.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7일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과 관련해 "한국 측 대응 상황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화이트리스트란 일본이 첨단 소재 및 전자 부품 등을 수출할 때 심사에서 우대하는 '안보 우방 국가'로, 지정되면 3년 간 개별 수출 허가 신청에서 면제됩니다. 수출심사 우대가 사라지면 전자·철강·화학·자동차 등 1100여 개의 한국 수출 물품이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뀌는데 심사가 최장 90일까지 소요됩니다. 다만 업계에선 실제로 수출이 금지되거나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에 한일 수출 규제가 해소된 만큼, 양국 기업이 미국의 자국 위주 산업법에 대응키 위해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협력을 다시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무역협회는 논평을 통해 "향후 양국의 교역이 상호 경제규모에 걸맞게 회복될 경우, 교역 증진 뿐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의 상호투자와 기술협력이 확대돼 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선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철폐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 중 하나는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철폐"라며 "원활한 소재 수급이 가능해지고 소재 국산화 관련 연구개발(R&D) 비용 및 인력 투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메이커에게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소재 수급 원활" 대 "국산 소부장 위축" 득실 엇갈려
 
반면 소부장 국산화로 자립도를 높인 만큼, 반도체 생산에 즉각적인 이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상반된 전망도 나옵니다. 그간 산업계는 소부장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00대 소재·부품·장비 핵심전략기술 품목 가운데 일본 제품의 수입 비중(의존도)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국내기업인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 등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특히 국산화에 매진해온 국내 소부장 기업 입장에선 대기업들의 국산 소부장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김 연구원은 "향후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필요성은 감소할 것"이라면서 2019년 이후 반도체 소재 국산화 추진으로 인해 수혜를 받았던 국내 업체들에게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정부가 실질적으로 얻어낼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받지 못해서 실질적인 득실이 적다는 평가입니다. 민주당은 화이트리스트 복원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화이트리스트 조치는 긴밀히 논의한다고 말만했지 원상회복 약속을 받지도 못했다"고 했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무역 보복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대한 명확한 확답도 없었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3대 품목 수출규제를 해제키로 한 데 대해 "해당 품목은 일본 입장에서 (한국에) 수출했어야 하는 것들"이라며 "한국이 다급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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