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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세계 최초 사운드북 '마담꾸꾸' 낸 유발이
'마담꾸꾸' 프로젝트…"뚱뚱한 코끼리처럼 브라스 불어주세요"
샹송 이어 재즈 시도 "한국 동요 장르 폭 넓어지길"
2023-03-16 18:29:05 2023-03-16 18:29:0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코끼리와 다람쥐, 트램펄린에서 거꾸로 뒤집어지듯 방방 날아대는 알록달록 아이들…. '이 그림은 흡사 세계 놀이동산의 미니어처가 아닌가.' 싱어송라이터 유발이(본명 강유현·35)가 최근 발표한 동요 신보 '마담꾸꾸(Madame Coucou) Vol.2'의 앨범 커버를 보다 문득 든 생각입니다.
 
"장난감이 한트럭 수북히 쌓인 아이들 방 같은 곳에서 이번 음반 얘기를 나눠보면 어땠을까요. 자유롭게 음악 안에서 놀 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동심의 공간이면 더 없이 적당할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발이가 말했습니다. 신보는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발표한 사운드북 '마담꾸꾸(Madame Coucou)'의 연작. 사운드북은 책 안의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그림책으로, 유발이가 직접 작곡을 하고 제작도 총괄한 작품입니다. 불어 곡이 대다수인 첫 작품 발표 뒤 연 공연에선 터져나온 '키즈팬덤' 떼창에 정작 본인이 당황했다고.
 
"단독 공연 때 아이들이 함께 불어를 합창하는 광경이 너무나 신기했거든요. 음악가가 보람이 남다른 직업이라는 걸 요새들어 새삼 느끼고 있네요."
 
세계 최초 사운드북 '마담꾸꾸' 낸 싱어송라이터 유발이. 사진=문라이트 퍼플플레이
 
‘꾸꾸(Coucou), 꾸꾸∼’ 금방이라도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사탕 같은 사운드, 유발이의 노래는 그의 활동명처럼 신남을 '유발'합니다. 프로젝트명인 불어 '꾸꾸(Coucou)'의 사전적 의미는 ‘뻐꾹’ 또는 ‘까꿍’이지만, 친한 친구들 사이 인삿말로도 통용된다고. "타지 생활에서 이 단어가 제게 주던 밝은 마음, 일종의 용기 같은 게 있었거든요. '안녕 잘 지냈어? 겨울이어도 봄이 올거고, 비가 내려도 다시 해가 뜰거고.' 그게 이 프로젝트의 메인 스피릿이랍니다."
 
전작이 샹송이었다면, 이번 신보는 동요의 재즈화입니다. 재즈란 피아노, 플루트, 관악 앙상블 같은 협엽들의 좌충우돌이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도 일견 유사하니까. 타이틀곡 ‘A tisket, a tasket’은 동명의 구전 민요이자 유명 재즈 스탠다드 넘버를 빅밴드 스타일로 편곡한 곡. "의도치 않아도 음악가라면, 자신 만의 곡에 인장이 찍혀나온다 생각하거든요. 귀여운 느낌의 빅밴드 사운드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요."
 
유발이 동요 신보 '마담꾸꾸(Madame Coucou) Vol.2'. 사진=유발이
 
녹음 때는 흡사 '어들들의 동물원' 같은 정경이 됐습니다. 이를 테면, ‘A tisket, a tasket’ 녹음 시 '코끼리가 뚱뚱하게 걸어가듯 불어봐, 무겁고 더 이상하게' 같은 주문도 오갔다고. "결국 아이들을 위한 음악이니까, '뉴올리언즈' 스타일이 아니어도 되잖아요. 일부러 아이들이 노는 소리처럼 튠을 어긋나게도 해보고. 아이들 앞에선 일부러 제가 과장되게 포즈를 취해보기도 했고, 중간중간 잡담을 나눈 대화도 실었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은연 중 하게 되는 부정적 언어의 고찰을 그린 ‘Little Blues’, 아이들을 재워야한다는 일념으로 '잠' 같은 연주에 몰두한 ‘Coucou's Lullaby’는 유발이가 직접 쓴 자작곡들입니다. 문화계 유명 크리에이티브 그룹 모임 별(Byul.org)의 서브 유닛 조안 펜슬(Joan Pencil)은 한 편의 동화 같은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전곡의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 참여) ‘Hush Little Baby’의 원곡 가사 중에는 "아빠/엄마가 ~를 사줄 거야(gonna buy)"가 불편하게 느껴져 "가져다줄거야(gonna bring/take)"로 개사하는 의견도 유발이와 직접 나누며 앨범에 힘을 보탰습니다.
 
"한국의 동요들도 많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대부분이 '훅'(Hook)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전자음악이거나, 커머셜한 캐릭터를 내세우는 측면이 때론 안타깝고 아쉬웠거든요. 새사미스트리트가 윈튼 마살리스와 협업하듯, 우리나라도 동요의 장르 폭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근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싱어송라이터 유발이.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유발이는 2010년부터 ‘유발이의 소풍’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5∼2017년 프랑스 음악학교에서 유학하고 현지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에 참가해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MIKA)의 지목을 받아 함께 협연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소소하고 밝은 노래만 하던 저였는데, 그땐 정말 잃을 게 없다는 용기가 갑자기 들더라고요. 피아노 앞에 서서 노래를 불렀는데, 심사위원도 객석도 모두 울고 있어서 깜짝 놀랐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런 용기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세계적 팝스타 미카와 유발이. 사진=유튜브 캡처
 
누구에게나 가지 않은 길은 멀고도 험한 법. 7살, 5살 두 아이를 둔 그는 사운드북에 들어갈 배터리와 KS 인증마크 불량도 직접 점검하고 수작업으로 떼웠다고. "이 예쁘고 아름다운 책 뒤에 제 피땀눈물의 얘기들이 많답니다." 
 
평소 아이슬란드부터 이집트, 모로코 등의 오지를 다녀온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여행지에 빗대면 어디가 좋을지 물었습니다. 
 
"저는 마담꾸꾸의 프로젝트 하면 파리의 노상카페가 생각나요. 유모차를 두고 앉아있는 아이와 함께 앉아 있는, 일상적 낭만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 들었던 음악이 사실은 평생 가기도 하잖아요. 그런 낭만이 돼 줬으면 좋겠어요."
 
세계 최초로 발표한 사운드북 '마담꾸꾸(Madame Coucou)' 프로젝트의 신보 'Vol.2'를 낸 싱어송라이터 유발이. 사진=문라이트 퍼플플레이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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