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기획자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 위기의 이유 중 하나가 방탄소년단(BTS)의 부재"라고 봤습니다.
이미 "K팝의 성장세 둔화는 기정 사실"이라며 "BTS 복귀와는 상관 없이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짚었습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내놓은 발언입니다. 최근 하이브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카카오와 벌인 인수 대전 사태를 일단락한 이후 처음 언론 앞에 나서는 자리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날 방 의장은 SM 인수 추진 중단과 관련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도 K팝 산업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을 펼쳐냈습니다.
K팝 위기론과 관련해 방 의장은 "숫자가 거짓말을 할 방법은 없다"며 "지표 중에 올라가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한한령에도 소비자의 힘으로 새로운 루트를 뚫어서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는 것과 인당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두 가지 뿐"이라고 했습니다.
15일 관훈포럼서 K-POP 관련 발언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하이브
또 "첫 번째 (K팝 위기의)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부재"라며 "방탄소년단이라는 IP(지식재산권)가 있어서 생기는 낙수 효과는 국내에서 아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다. 침투도나 인지도 조사를 해 보면 K팝보다 방탄소년단이 훨씬 외연이 넓고, 방탄소년단을 빼면 시장이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2025년 BTS 복귀와는 상관없이 하이브는 미래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장르별로 톱 티어 레이블과 매니지먼트 회사를 연결하고, 그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해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가자는 것"이라며 "프로듀서들, 즉 크리에이터(창작자)를 데리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를 회사 안(이너 컴퍼니·Inner Company)으로 들인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이브는 일단 라틴 시장에서 톱 티어 레이블들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미국에서 핫(Hot)한 프로듀서를 데리고 있는 레이블을 한두 개 정도 보고 보고 있습니다. 방 의장은 "이를 통해 미국 음악 시장 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라며 "미국에서 굉장히 존재감 있는 회사로 커나갈 계획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K팝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K팝의 음악적 장르는 그냥 팝"이라며 "K팝의 실체는 팬들의 소비 행태, 제작·산업 시스템, 계약 구조 등 모든 것을 통틀어서 하나의 문화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이다"고 밝혔습니다. "K가 한국이 아니라 K팝이 하나의 특정한 '시스템'으로 정의될 정도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위기를 해소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며 "K의 정체성을 고수해 나가는 방식은 성장 둔화 위기 상황을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봤습니다. 더 많은 해외 장르·레이블과 협업하고, 완전히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하고, 그것이 K팝 회사에서 나왔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의 경계까지 가야한다는 입장입니다.
BTS 입대와 관련해선 "개인의 커리어(경력)와 국가적 자산으로 볼 때 입대가 손실이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커리어의 연속성이나 국가적 자산의 가치가 단절되거나 떨어지는 부분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다만 개인이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군대의 의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국가가 이렇게 의사결정을 했고, 그것에 대해 아티스트들은 거의 3년에 걸쳐서 계속해서 '우리는 부르는 순간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군대에) 가게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2025년 BTS의 활동 재개 희망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된 해'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군대라는 문제가 뜻대로 해결되는 것만은 아니고, 갔다 온 뒤에도 복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이것이 '붕뜬 희망'이 아니라 정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것은 양자가 다 합의한 바"라고 덧붙였습니다.
15일 관훈포럼서 K-POP 관련 발언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하이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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