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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자금조달 숨통 트자마자 대출금리 인하 압박
여전채 금리 3%대 떨어져
SVB사태발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
금감원장 현장 방문에 카드사 긴장
2023-03-15 06:00:00 2023-03-15 22:59:21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조달금리가 내려가면서 숨통을 튼 카드사들이 이번에는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인상을 이유로 카드론 등의 금리를 올려온 만큼 이자를 내릴 때가 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입니다.
 
1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카드채, 리스채, 할부금융채 등의 금융기관채인 금융채∥ AA+등급의 금리는 연 3.996%로 집계됐습니다. 여전채 금리는 사흘 만에 0.255%p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여전채 3년물 AA+등급 금리는 연 4.251%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1월 6%까지 치솟았던 여전채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하향 안정화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SVB 사태가 더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동성 부족과 지급 불능 등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번 SVB 파산 사태의 원인으로 꼽혔고, 이달 빅스텝(금리 0.50%p 인상)이 유력했던 연준은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 또는 금리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여전채 등 국내 시장금리 역시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 시내 한 전봇대에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이 부착돼 있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여전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습니다. 현재 5대 은행 과점 체제 깨기에 돌입한 당국은 지난주까지 은행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는데요. 이처럼 여전채 금리가 내림에 따라 카드·보험사의 대출금리 인하로 눈길을 돌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중은행 본점을 잇따라 방문하며 은행권의 상생금융 확대, 고통부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장의 방문 이후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 인하, 취약차주 전용상품 출시 등 금융지원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카드·보험업계 역시 "은행 다음에는 제2금융권 아니냐"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카드론 금리의 경우 올해 들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신한·KB국민·현대·삼성·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67~15.90%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해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의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왔습니다.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운영 비용의 70%를 여전채를 통해 조달합니다. 그러나 올 들어 시장 금리가 큰 폭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입니다.
 
다만 시장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대출금리에 반영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조달금리가 실제 대출 상품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하는 데다 현재 카드론에 활용되는 자금에는 지금보다 여전채 금리가 높았던 과거 시점에 조달한 자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적으로 본다면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국제, 우리나라 시장 상황이 좀 바뀐 것에 대한 반영으로 볼 수 있다"며 "조달 금리가 낮아지면 (카드론 대출금리 인하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이달 인상된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그럴 경우 여전채 금리는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채 금리가 높을 때 조달한 금리를 낮은 금리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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