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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컨테이너 운임으로 보는 세계화 이슈
2023-03-10 06:00:00 2023-03-10 06:00:00
2016년 트럼프 이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반세계화의 조류가 높아졌는데 그 배경에는 아주 낮은 대륙간 물류비용이 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란 가성비 좋은 그럴듯한 수입품이 점점 확산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생산비용만 싸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중국 내륙에서 생산된 로봇청소기를 사서 쓸 경우, 청소기를 집 앞까지 가져다 주는 물류 비용이 청소기 가격 만큼 비싸다면 잘 안팔리겠지요. 주요 공산품의 국제 물류 비용은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좌우하는데, 노선별 운임이 다양하므로 중요한 노선들의 운임을 정리한 운임지수를 만들어 이용합니다.
 
SCFI 운임지수는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대표하는 수치입니다. SCFI는 2013년부터 1000으로 시작해서 매주 집계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016년 7월 월평균 41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면 생산비가 싼 곳에서 조달을 받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게 경제적입니다. 이 시기 12미터 컨테이너 하나에 물건을 가득 실어도 200만원이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까지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10년대 세계화가 심화된 배경입니다.
 
SCFI 지수는 2020년말까지 400~1200 정도에서 형성되었고, 낮은 운임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뢰성, 경제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가성비 좋은 수입산 물품이 시장과 식탁을 점령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가는 안정되고, 중국 경제는 성장했지만, 그 사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게 됩니다. 
 
2020년 여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 lock-down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삐걱거립니다. 결정타로 2021년초부터 컨테이너 운임이 3배 이상 급등하고 수입 생필품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민생고가 심화됩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바이든 행정부 역시 buy American, made in America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는데, 경제적으로도 크게 무리가 없었던 배경에는 수입 물가의 폭등에 의한 반작용이 있었습니다.
 
2022년 5월 SCFI는 월평균 5067을 기록했습니다. 수입품 운송료가 그 전 10년 평균 대비 5배가 오르면, 부피가 크고 싼 물건이라면 수입할 필요가 없이 가까운 곳에서 만드는게 낫습니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면서 장려하고, 중국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리쇼어링(미국으로 공장을 다시 이전)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 졌습니다. 요즘은 [탈중국]하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서 세금 혜택과 보조금 혜택을 받자는게 유행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2016년에서 6년만에 180도 바뀌었습니다.
 
최근 상황은 좀 달라졌습니다. 올 2월 10일 SCFI 운임지표가 995를 기록하면서 3년만에 1000 이하로 떨어진 것입니다. 3월 3일 SCFI 운임지수는 931로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면서 중국 제조업의 품질, 가격, 디자인 경쟁력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물류비용이 다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중국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올라갔다면, 2016년과 비교해서 2023년에 우리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탈중국-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유행하는 프레임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시장을 이기는 정부 정책은 좀처럼 성공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2016년부터 2022년말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입을 한 나라는 중국입니다. 배터리, 전기차, 풍력터빈, 태양광 설비, ESS 등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적을 쌓은 업체들이 중국 기업들이며, 중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관련 제품들은 압도적인 가성비를 자랑합니다. 높은 물류비라는 보호막이 사라지고, 미국처럼 군사력, 발권력을 통해 이를 견제할 수 없다면 우리 기업들은 누구와 손잡고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지 깊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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