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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라는 국가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드시나요? '인권 논란', '권위주의 국가' 이런것 보다는 월드컵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나요? 이것이 바로 '스포츠워싱'이라는 것인데요. 최근 중동은 각종 굵직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2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가 2023년 클럽월드컵까지 개최를 확정지으면서 또다시 스포츠워싱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월 9일(목) 토마토Pick은 스포츠 워싱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스포츠워싱이란?
2015년 아제르바이잔을 거론하며 처음 나온 단어입니다. 스포츠 정신이 주는 감동과 이벤트 등을 앞세워 권위주의 국가가 인권 유린과 같은 민주적 가치에 반하는 비행을 덮고 국가의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스포츠(Sports)'와 '워싱(washing. 세탁)'의 합성어입니다.☞관련기사
2022년은 스포츠 워싱의 해
지난 2022년은 특히 스포츠 워싱 논란이 많은 해였습니다. 중국,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각종 국제 스포츠 대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영국 가디언은 “베이징겨울올림픽으로 시작해 카타르축구월드컵으로 끝나는 2022년은 잔인한 인권 기록을 은폐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에게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스포츠 워싱의 역사
스포츠 워싱이란 말은 비교적 최근인 2015년에 만들어졌는데요. 사실 스포츠 워싱과 유사한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대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관련기사
-1934년 5월 : 베니토 무솔리니 정권, 이탈리아 월드컵 개최
-1936년 8월 : 아돌프 히틀러 나치 정권, 베를린 올림픽 개최
-1988년 9월 : 전두환-노태우 정권, 1988 서울 올림픽 유치 및 개최
-2008년 8월 : 중국, 베이징 올림픽 개최. 당시 티베트 인권 논란
-2014년 2월 : 러시아,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개최. 당시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 강제 합병
-2015년 6월 : 아제르바이잔, 유러피언 게임 개최. 당시 고문, 인권 침해 논란. '스포츠워싱' 단어 탄생
-2016년 3월 : 아제르바이잔, 포뮬러원(F1) 그랑프리 개최
-2018년 6월 : 러시아, 월드컵 개최
-2022년 2월 : 중국 동계 올림픽 개최.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 논란
-2022년 6월 : 사우디, LIV 골프 대회 개최
-2022년 9월 :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최. 코로나19로 인해 연기
-2022년 11월 : 카타르, 월드컵 개최. 노동자 인권 논란
권위주의 국가, 대회 유치 총력
점점 늘어나는 비율
최근 민주주의 국가보다는 권위주의 국가에서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아담 샤르프 교수는 스포츠워싱과 관련해 1945년부터 세계에서 열린 월드컵과 하계 및 동계 올림픽, 여기에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육상, 농구, 크리켓, 핸드볼, 아이스하키, 럭비, 탁구, 배구 선수권 등 모두 11개 스포츠 이벤트의 주최국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주최국을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한 뒤 횟수를 비교했는데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권위주의 국가들의 스포츠 이벤트 비율은 1990년대 초반 8%에 불과했지만, 최근 37%로 급증했습니다.☞관련기사
사우디·카타르, 국제경기 독식
지금까지 러시아, 중국 등에 거대 스포츠 이벤트가 집중된 느낌이라면, 최근에는 그 무게중심이 중동으로 옮겨간 모양새입니다. 2022년 이후 카타르와 사우디가 경쟁적으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고 있는데요.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관련기사
사우디
-2023년 : 스페인 슈퍼컵. FIFA 클럽 월드컵
-2026년 : 여자 아시안컵(유치 중)
-2027년 : 아시안컵
-2029년 : 동계아시안게임
-2030년 : 월드컵 추진
-2034년 : 하계 아시안 게임
-2036년 : 하계올림픽(유치 의향)
카타르
-2022년 : 카타르 월드컵
-2023년 : 아시안컵
-2030년 : 하계 아시안 게임
-2036년 : 하계 올림픽(유치 의향)
중동이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
중동에서 대회가 열리는 이유
중동이 이같이 큰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2가지로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대부분 스포츠 운영 기구가 중동 국가들의 이벤트를 비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는 이런 기구들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데요. 이 점이 정치적 목소리를 막는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두번째는 이벤트가 시작되면 초점이 불가피하게 스포츠 자체로 옮겨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카타르'를 검색하면 월드컵이 가장 상위에 노출되는 것처럼 말이죠. ☞관련기사 그렇다면 스포츠 운영 기구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시 '돈'입니다. AP통신에 따르면 FIFA가 2022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75억 달러(약 10조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는 2018년 러시아에 비해 약 1조 5000억원을 더 벌여들인 겁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은 카타르월드컵 후원사 명단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은 '돈'으로 귀결되는 겁니다.☞관련기사
향후 전망
이후에도 중동의 '스포츠계 점령' 현상은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올림픽, 월드컵 등 이런 거대한 이벤트는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인데요. 적자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스포츠 이벤트에 쓰여질 기념 건물 등은 나중에 흉물이 되기 십상입니다. 일례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던 스웨덴은 올림픽이 끝난 뒤에 경기장이 필요가 없어진다는 의견을 반영해 유치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결국 권위주의 국가의 스포츠 이벤트 유치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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