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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결국 닥사 몫?" 소극적인 금융위에 업계 '혼란'
업계 "금융당국,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놓고 침묵" 비판
닥사, 금감원에 자료 제출해 증권성 검토…판단 번복 가능성 우려
"공개적 자리에서 가이드라인에 따른 STO 논의·검토 필요"
2023-03-07 17:03:21 2023-03-07 18:02:11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자산업계에서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에 대한 이슈가 중요한 화두가 된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전해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증권성 판단에 조각투자 가이드라인과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해를 넘기고도 가상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증권성 판단을 놓고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어 직무유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토큰증권 개념 도식도. (사진=금융위원회)
 
가상자산이 STO(증권형토큰)인지 아닌지를 두고 업계에선 여전히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 성격을 지닌다면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게 돼 제재 대상에 오르게 됩니다. 이 때문에 상장폐지 우려가 커지기도 했는데요. 현재까지는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아 제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 기준이 모호해 금융당국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에도, 최근 금융당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별도 요청에 한해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특히 자율규제를 이행하고자 주요 원화 거래소가 회원사로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닥사)의 제출 자료를 참고하고 있다는 근황도 전했습니다. 지난 6일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STO 간담회에서 "코인에 대한 증권성 판단 여부에 대해 주식과 채권처럼 정형화되지 않아 이해관계자 자율에 맡길 수 밖에 없다"면서 "닥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증권 여부 판단 사례를 축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성 코인인지 아닌지 판단이 애매할 경우 닥사가 금감원 TF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제출해, 금감원과 금융위가 함께 검토한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이윤길 금감원 기업공시국 증권발행제도 팀장은 "투자자보호 문제가 있는 경우 감독당국에서 나설 수 있지만 지금 현재로선 자체 판단이 먼저 선행된 뒤 쟁점 사안이 있는 경우에 한해 (증권성 여부를) 판단내린다"고 말했습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업계에선 결국 최종적으로 법의 취지에 따라 해석하는 곳이 금융당국인 만큼 지난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도 공개적인 방식으로 증권성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지난달 5일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중 증권으로 판명되는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때문에 일각에선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대다수 코인이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습니다.
 
STO로 분류돼 코인이 무더기 상폐될 가능성과 관련, 지난달 초 닥사에서는 증권성이 있는 경우가 발견되지 않아 상폐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위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황입니다.
 
강성후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회장은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가 기초 판단을 빨리 해줘야 한다"면서 "자료를 제출하는 닥사도 민간사업자로서 참고 의견을 내는 것일 뿐 금융당국이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조속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STO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를 중심으로 STO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SEC는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인 하위테스트에 따라 증권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SEC는 리플을 포함해 비트코인 외 코인 대부분이 증권에 해당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에도 미국 SEC는 대퍼랩스가 판매하는 'NBA 톱 샷 모멘트'라는 NFT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SEC는 지난해 폭락 사태로 논란이 됐던 국내 코인 테라·루나에 대해서도 증권성을 인정한 상태입니다.
 
금융위도 SEC를 참고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예자선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두고 채권과 같은 원리금 상환, 주식과 같은 지분가치와 배당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채무증권·지분증권이 아니라 '투자계약증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투자계약증권은 타인의 사업결과로 손익이 귀속되는 폭넓은 계약적 권리를 말합니다.
 
예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보유한 자체로 가격의 등락에 따라 손익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이고, 사업자가 가치상승을 기대하게 하는 활동을 약속했기 때문에 투자계약증권 개념에 해당된다"면서 "모든 가상자산들을 일일히 판단하라는 게 아니라 '가치의 등락 자체도 손익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기준을 언급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금융위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STO 판단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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