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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가이드라인 나왔지만 혼란 여전…"디지털자산기본법 마련 시급"
STO 민당정 간담회 국회서 열려…토큰증권 법안 상반기 제출
금융당국 "증권성 판단 모호하면 금융위에 개별 심사 받아라"
가상자산 시장 규제 공백으로 불공정행위 심각…법적 장치 마련 촉구
2023-03-06 16:22:48 2023-03-06 16:22:48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토큰은 증권을 담는 그릇일 뿐, 그릇에 담는 요리인 투자계약증권이라는 판단만 금융당국에서 하고 있다. 다만 코인과 관련해 투자계약증권은 발행자와 투자자 간 투자 계약을 맺은 걸로 특정할 수 없고, 종류도 제각각인 데다 일일히 판별이 어렵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혁신·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STO'에 참석해 STO 가이드라인 관련해 질의응답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선율 기자)
 
지난달 초 발표된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두고 가상자산업계에선 증권성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 금융위원회는 구조상의 문제로 사전에 코인별 기준을 만들어 정형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코인 증권성 유무, 닥사 자료 토대로 검토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혁신·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STO'에 참석해 위와 같이 설명했는데요.
 
토큰증권이란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로 전자화한 증권 발행의 한 형태로, 탈중앙화된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증권과 구분됩니다. 이날 이 과장은 "STO 가이드라인이 나와 증권성을 띄는 코인이 갑자기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서 "그 전부터 금융위는 투자계약증권이 무엇인지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정부가 증권성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과 관련해선 "불분명하다는 판단이 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구체적으로 STO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울 경우 별도로 금융위에 요청하면 개별적인 판단이 가능하다고도 답했습니다. 다만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과 관련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이 속한 5대 원화 거래소가 속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의 자료를 받아 심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장은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사람이 몇 명이고,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가 금융감독원에 증권성 판단과 관련해 보낸 자료를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윤길 금감원 기업공시국 증권발행제도 팀장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내용과 관련한 질의사항을 취합해서 가지고 있고, 그 내용을 심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7차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민당정 간담회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혁신·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STO'가 개최됐다. (사진=이선율 기자)
 
금융위, 상반기 내 토큰증권 법안 제출
 
이날 금융위원회는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올해 상반기 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분산원장을 바탕으로 발행된 토큰 증권에는 기존 전자증권과 동등한 법상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전자증권법 개정안에는 증권을 전자화하는 방식 중 하나로 분산원장 기술을 인정하고 발행인 계좌관리 기관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깁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장외거래중개업을 신설하고 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과 같은 비정형 증권의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증권업계에선 다양한 사례를 시험해볼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적용 등 접근 문턱을 낮춰달라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전에 없던 형태의 금융상품 개발과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금융의 디지털화를 준비할 수 있게 된 점은 기회"라며 "법규가 완비되기 전에 향후 증권사의 역할을 선행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전향적으로 적용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학계 "디지털자산 기본법 조속히 제정해야"
 
학계에선 토큰증권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 형성의 토대인 법, 제도가 잘 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 기본법도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 거래 측면에서 미국 대비 국내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면서 "미국에선 FTX에 대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상품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금지 조항을 적용해 기소한 상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은 투자성이 있는 상품으로 보고 강력한 증권법에 준하는 불공정거래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이런 규정이 없어 검찰에서 수사할 때 일반 사기죄 입증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는 규제 공백으로 불공정행위에 대한 개별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에 있는 자본시장법으로 불공정행위를 적용하더라도 증권성부터 입증하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고, 아니면 사기나 기망행위에 대한 각각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한다. 이처럼 자본시장 대비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공백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가상자산 시장은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도 기대이익이 커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이 장기화되면 위험하다고 우려했습니다.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도 가상자산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도입해 공시·발행·불공정 등과 관련한 규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어 무인가 영업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인데, 한창 거래되고 있는 코인이 증권이라고 판단 내려지면 사업자들에게 큰 혼란과 법적 불확실성이 온다"면서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투자자 보호장치가 확실하다면 굳이 증권을 도입해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TO 제도화를 통해 모든 가상자산에 적용하는 방법보다는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같은 법적 토대부터 마련하고 제도화 시행을 하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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