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금리 정점론 부상으로 시장 회복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 회복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가구로 7만 가구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급한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돌파해 빨간불이 켜졌죠.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 1만1035가구, 지방 5만7072가구로 지방에 집중돼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1만3445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약 20%에 해당합니다. 결국 대구시는 "지역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시장 안정화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미분양 우려가 확대되며 기존 분양계획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이달 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1만2881가구가 전국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조사한 2월 공급계획 2만5620가구와 비교해 1만2739가구 줄었습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미분양에 주택업계는 정부가 나서 매입해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정부는 주택시장 위기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1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미분양 문제가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고민할 수 있지만, 분양가 인하 등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분양시장 매수세가 줄어든 가운데 잠재적 매수자도 줄고 있습니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늘었는데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청약통장 해지자는 25만여명에서 11월 51만9000여명으로 2배 늘었습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지난해 6월 약 2860만명에서 지난달 2774만명으로 86만명 이상 감소했습니다.
고금리 시대 청약통장을 깨 이자를 내는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3년 전 집을 매수했다는 40대 직장인 장모 씨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청약통장에 있는 돈으로 이자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정점론에 부동산 시장 '꿈틀'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나오고 있는데요. 대출, 세제 등 다방면에서 부동산 규제가 느슨해진 가운데 이자 부담이 감소할 경우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현재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금리 정점론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큰 변화를 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우병탁 신한은행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금리 인상이 멈춘다는 시그널에 의미가 있을 뿐 이자 부담이 단기간에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고 버티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금리 수준이 낮을 때처럼 매수세가 살아나거나 가격이 반등하기에는 요원해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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