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영장, 검찰은 어떤 증거를 쥐고 있나
이원석 검찰총장 "물증 없이 영장 청구 못해"
검찰, 영장에 '계좌추적 결과' 언급
제3자 뇌물 '성남FC 의혹' 의외 변수 될 수도
한동훈 장관 27일 표결 전 '물증' 설명 주목
2023-02-20 15:53:46 2023-02-20 15:53:4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 여부가 오는 27일 국회에서 결정됩니다. 민주당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날인 17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와 검찰을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했습니다. 이 대표는 이미 영장 청구 전부터 당내 '비명계' 의원들을 만나 '이탈표' 단속에 들어갔습니다.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사활을 건 모습입니다.
 
체포동의안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하면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해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습니다. 출석과 영장실질심사 후 이 대표의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 됩니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그 장면은 상당한 파장을 부를 전망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치고 비공개 회의를 위해 이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소는 이미 예정된 수순입니다. 이 대표 본인도 그렇게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구속영장 청구는 다른 문제입니다. 유력 대선 주자인 야당 대표가 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대표가 세번이나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그와 공범으로 영장에 적시된 측근들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검사 출신 대통령의 검찰 사유화'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수사가 다분히 정치적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로서도 사활을 건 승부입니다.
 
검찰총장 "이미 충분한 증거가 갖춰졌다"
 
이 대표 측은 혐의 자체를 부인함과 동시에 특히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건에서 검찰이 증거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구속영장을 받아낼 만한 증거를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얘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나서 직접 밝혔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일인 지난 16일 퇴근길 발언입니다.
 
"장기간 사업이 이뤄졌고 또 관여한 사람이 대단히 많다. 그렇기 떄문에 충분한 물적증거·인적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야당 대표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없다. 이미 충분한 증거가 갖춰졌다." (이원석 검찰총장. 2월16일 퇴근길)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총장, 제3자 뇌물죄로 박 전 대통령 구속
 
한 대검 관계자는 "이 총장이 수사팀 의견과 함께 수사 내용을 세밀히 검토했다. 특히 이 총장은 제3자 뇌물죄에 관한 전문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 시절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습니다. 당시 주 혐의가 삼성전자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사이의 제3자 뇌물죄였습니다.    
 
검찰은 어떤 증거를 쥐고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검찰, 그 중에서도 수사팀과 극소소의 수뇌부만 알고 있습니다. 특별수사를 오래 한 검찰 출신 고위 간부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검찰이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증거물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것과는 다른 것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대 해석도 없지 않습니다. 앞서 구속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치자금법 위반 등)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특가법상 뇌물)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은 눈에 띌만한 증거들을 제시하지 못해 김이 빠졌습니다. 그러나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결국 모두 구속됐습니다. '구체적 물증'과 관련해 수사팀 고위 관계자는 공판 과정을 통해 증거물들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두 사람 사건 모두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준비기일이 진행 중입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 '계좌추적 결과'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비리 의혹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대장동 개발사업 △성남FC 불법자금 수수 등 크게 세갈래입니다. 170여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일부 증거들을 적시했습니다.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입니다.
 
'위례신도시 의혹'과 관련해서는 △실무자들의 이메일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들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 공모지침서 △성남시의 각종 관련 문건 △이 대표의 자필 결재 문건 등입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계좌추적 결과'가 언급됩니다. 검찰은 영장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위례사업으로 조성한 자금을 이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지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자금 의혹으로 앞서 구속기소된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 공소장에서는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검찰이 파악한 선거자금 통로는 '남욱-유동규-김용·정진상'입니다. 그러나 '자금 전달 방식'은 딱 떨어지게 드러난 것이 없었습니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에 적시한 '계좌추적 결과'라는 게 그래서 주목됩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두산건설, 성남FC 사무실 등 20여곳을 압수수색한 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두산건설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원자들 '모두'의 '일관된' 진술
 
'계좌추적 결과' 외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나 '성남FC 불법자금 수수의혹' 부분에서 적시된 증거물 언급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의혹 부분과 대동소이 합니다. 다만, '성남FC 불법자금 수수의혹' 부분에서 '후원자들의 진술'이 눈에 띕니다. 
 
영장에서 검찰은 후원금을 지원한 두산건설(011160), #네이버, 차병원그룹, 푸른위례프로젝트 등 공여 업체 관계자들이 '모두' 이 대표 요구에 의해 거액(133억5000만원)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영장에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 액수 또한 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했으며, 그 '대가'로 자신들의 현안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최유라'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이 제3자 뇌물죄는 금품을 건넨 사람도 처벌 대상(형법 133조 2항)입니다. 두산건설과 네이버 등 후원금 지원 기업들이 이 사실을 알면서 '모두', '일관되게' 진술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에 법관의 심증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장실질심사 단계 뿐만 아니라 공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데, 이 총장과 수사팀이 자신을 보이고 있는 물적·인적 증거들 가운데 위례 신도시 개발 관련 '계좌추적 결과'와 성남FC 불법자금 수수 의혹의 '기업 모두의 일관적 진술'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오는 27일 국회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의원들에게 설명할 예정입니다. 이 때 한 장관의 설명 중 대부분은 구속영장 내용 중 이 대표가 증거부분에 대한 설명인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은 이 대표 측의 '방어권 행사 차원' 반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공세 기재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부결됐으나 지난해 12월28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서도 한 장관은 5분여간의 설명 중  '증거가 확실한지'에 대한 설명에 3분을 할애했습니다.
 
이 대표 영장에서 검찰은 물증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할 요량이겠지만 우선은 국회 체포동의안을 통과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 전초전이 한 장관의 27일 국회 설명입니다. 한 장관이 이 대표의 '범죄 증거'를 의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됩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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