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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상도의 벗어난 에스엠 지분 취득 꼼수 논란
제3자 유증·CB인수로 지분 매입…꼼수 경영권 확보 지적
신주 발행시 최대주주 자리 위협…이수만 지분가치 절반 이하로 '뚝'
2023-02-09 06:00:00 2023-02-09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쪼개기 상장과 경영진의 ‘먹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카카오그룹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카카오(035720)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섭니다. 카카오는 에스엠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CB) 인수로 지분을 확보할 계획인데요. 이수만 에스엠 최대주주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정공법 대신 편법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반발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도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카카오, 에스엠 2대주주로…이수만 "위법" 
 
이수만 에스엠 총괄프로듀서. 사진=뉴시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스엠은 카카오를 대상으로 111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123만주를 발행합니다. 이와 함께 1052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해 카카오에 넘깁니다. CB가 향후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카카오는 에스엠 보통주 114만주를 확보. 카카오는 에스엠 지분율 9.05%를 보유한 2대 주주에 올라서게 됩니다.
 
에스엠은 유증 및 CB발행과 함께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3자 간 업무협약도 체결.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 추진과 아티스트 공동 기획 등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지난 2021년 5월부터 이어진 풍문에 대한 해명 공시(카카오와 NAVER(035420)의 에스엠 지분인수 경쟁)이 카카오와 업무협약으로 마무리된 셈입니다. 다만, 이 같은 결정과 함께 이수만 프로듀서가 “카카오에 에스엠 주식을 매각한 것이 위법”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이수만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화우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주주가 아닌 제삼자에게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한다"며 "이번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결의는 위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 위법한 결의"라고 주장했습니다.
 
카카오, 이수만과 경영권 분쟁 본격화
 
이 총괄 프로듀서가 이같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얼라인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앞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이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매년 프로듀싱 용역 등의 수수료 비용을 지급한 것을 지적해왔는데요.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라이크 기획이 20년간 에스엠으로부터 수취한 금액은 1500억원에 달합니다.
 
에스엠은 지난달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얼라인파트너스와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지난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관계도 끝냈고, 이 프로듀서 역시 12월31일자로 총괄 프로듀서에서 물러났죠. 이에 올해 주주총회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카카오가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 프로듀서의 최대주주 자리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에스엠 신주 발행시 이수만 지분 가치 폭락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이 프로듀서가 주장하는 주식매각 위법의 핵심인 △이 프로듀서를 제외한 공동대표이사 주도의 제3자배정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에스엠의 신주발행 여부에 따라 이 프로듀서의 지분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가 확보하는 지분은 9.05%지만, KB자산운용(3.83%), 얼라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자(0.91%), 이 프로듀서를 제외한 경영진(0.66%)이 합세할 경우 국민연금(8.96%)과 소액주주의 결정에 따라 에스엠 이사회가 얼라인파트너스의 구상대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주요 주주의 합종연횡에 따라 이 프로듀서가 보유 중인 19% 가량의 지분 영향력이 사실상 무의미해 질 수 있습니다. 이 프로듀서의 백기사로 추정되나 아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컴투스가 보유한 4.2%의 지분이 어디를 향할 지도 중요해 보입니다.
 
이사회에서 영향력이 사라지면 이 프로듀서는 대주주로만 남을 뿐 경영권은 사실상 카카오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이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가치. 전일 종가(9만8700원)를 기준으로 이 프로듀서의 지분 가치는 4335억원 상당입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이 프로듀서의 지분가치는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카카오가 2100억원 가량으로 3자 배정 유증과 CB를 통해 에스엠 지분 9% 가량을 확보하게 되기에 훨씬 더 많은 값을 치뤄야 하는 이 프로듀서의 지분 인수는 사실상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수만 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해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사례처럼 사모펀드(혹은 전략적 투자자)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해당 사모펀드는 공개매수를 통해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 연구원은 "카카오의 지분 취득을 계기로 게임의 본질(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이수만 측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해 매각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대법 판례 "경영권 위한 신주배정 무효"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시장이 판단하는 만큼 법원의 판단이 중요해졌습니다. 실제 대법원 판례들을 보면 ‘회사 지배관계 영향력에 변동을 주는 신주발행’은 무효로 처리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지난 2019년 신주발행 무효 판결이 났던 피씨디렉트(051380)의 경우 종전 지배권에 미치는 영향과 신주인수권 침해를 이유로 신주 발행을 무효로 결정했죠. 비슷한 이유로 지엔코(065060) 역시 신주 발행이 무산된 바 있습니다.
 
피씨티렉트 신주 발행에 대해 대법은 “원칙적으로 신주발행은 기존 주주에게 배정해야 하고 제3자 배정은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 등을 위한 제3자 신주 배정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에스엠 "소액주주 피해" 호소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카카오엔터와 에스엠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합병 후 카카오엔터의 단독 상장 등입니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사우디 국부펀드 등 해외 기관에 1조2000억원을 유치하면서 10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반면 에스엠의 전일 시가총액은 2조3498억원. 합병과정에서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프리IPO 기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의 기업가치는 약 5배의 차이를 기록하는 데 반해 에스엠 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배 이상으로 예상된다”면서 “때문에 가치 평가에 대한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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