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해당 인터뷰에는 ‘유령’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힌트 그리고 ‘유령’의 스포일러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주 많이 담겨 있습니다.
설경구가 ‘유령’으로 돌아왔습니다. ‘유령’은 일제 강점기 조선 독립을 위해 생을 마친 독립군 가운데 조선총독부에 잠입한 비밀 스파이 ‘유령’을 잡기 위해 폐쇄된 한 호텔에 모인 5명의 용의자 가운데 누가 유령인지를 잡아내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설경구는 극중 유령 용의자 5명 가운데 한 사람, 무라야마 준지를 연기합니다. 결론적으로 설경구도 유령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단 얘기가 됩니다. 진짜 그렇습니다. 그럼 설경구에게 직접 본인이 유령인지 아닌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영화를 미리 봤던 뉴스토마토는 그가 유령인지 아닌지 알고 있습니다. ‘유령’은 중국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가 ‘유령’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소설 마지막에는 누가 유령인지 드러나면서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좀 다릅니다. 그리고 설경구는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유령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게 아니다’라고. 그의 말처럼 ‘유령’에선 누가 유령인지 드러난 뒤에도 꽤 많은 러닝타임이 존재합니다. 그 흐름 속에서 설경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합니다. 그럼 그가 유령일까요. 아닐까요. 그건 극장에서 확인해 보면 될 듯합니다.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설경구는 ‘코로나19 펜데믹’이후 더 바빠진 배우로 유명합니다. ‘코로나19’가 터진 뒤 영화계가 올스톱 됐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은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자산어보’ ‘킹메이커’ ‘야차’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충무로에는 설경구가 출연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구분될 정도로 수 많은 작품이 몰렸었습니다. 이번에도 여지 없이 새해가 되자마자 설경구가 출연한 ‘유령’이 개봉을 앞뒀습니다. 설경구는 ‘조만간 한 작품이 더 나온다’고 쑥스러워했습니다.
“결단코 제 의지는 아니었습니다(웃음). 코로나 때문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봉이 밀리다가 어쩔 수 없이 개봉하게 된 영화도 있고. 원래 계획된 스케줄대로 개봉이 된 작품도 있고. ‘유령’은 찍은 지 1년이 좀 넘은 작품인데 또 스케줄상 이렇게 만나게 됐습니다. 좀 당황스럽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러네요 하하하. 조만간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도 또 공개가 될 듯합니다. 여름에 또 다른 작품도 있고(웃음).”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겠지만 설경구는 출연작 선택 최우선으로 자신이 해본 것인지 아닌지가 가장 큰 포인트라고 합니다. 때문에 ‘자산어보’도 이준익 감독과의 작업도 큰 부분을 차지했었지만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던 사극이란 점이 끌렸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유령’은 시대극, 즉 자신이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제강점기 배경이 끌렸답니다. 캐릭터가 끌리는 작품도 있지만 이번에는 배경이 끌렸다고 털어놨습니다.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라면 반복되는 걸 많이 싫어하죠. ‘역도산’도 출연 했었지만 당시는 해방 이후였고, 일제 강점기 배경은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우선 이해영 감독이 이 작품을 장르 변주에 대한 차별성이 두드러지게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그게 마음에 들었죠. 영화 스타일도 특이 했고. 전반부는 추리소설 같은데 후반부는 또 액션 영화고. 호텔을 중심으로 장르의 변주가 일어나는 부분이 너무 멋지다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경험해 볼만한 시도라 생각했죠.”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설경구가 유령인지. 일단 그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고 합니다. 물론 대답 대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나 자체가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다’라고 말이죠. 설경구란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그에게 최소한 어떤 역할 자체를 부여했을 듯합니다. 그런 상상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어 버립니다. 그래서 설경구가 자신이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이라고 했는지 모릅니다. 그의 대답을 직접 들어보면 이랬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출연해 연기한 모든 작품 속 캐릭터를 통틀어서 이번 영화 속 ‘준지’란 인물이 가장 기능적인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딱 서사 흐름에서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분량과 목적 그 이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단 얘기죠. 그래서 처음부터 감독님에게 ‘유령’처럼 연기를 해보겠다고 했었어요. 내가 ‘유령’처럼 한다고 내가 유령이 아닌게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내가 유령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결론적으로 내가 유령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보시면 압니다(웃음)”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유령’은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먼저 영화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중국 영화와 원작 소설 그리고 이번 ‘유령’은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일단 ‘유령’은 중국 작품을 리메이크한 게 아닌 중국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새로운 작품인 셈입니다. 그래서 흐름 자체도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원작 소설과도 많이 다릅니다. 설경구는 이번 ‘유령’에 대해 반반의 장단점을 언급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용의자 5명이 더 촘촘하게 엮였다면 어땠을까 싶긴 해요. 이번 영화도 원작 대비 곁가지를 많이 덜어냈다고 하는데, 전 더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싶은 거죠. 물론 관객의 입장으로서의 취향적 해석일 뿐입니다. 심지어 어떤 인물은 그냥 안 나왔어도 됐을 법 했단 생각도 들어요. 결론적으로 원작 소설은 추리의 성격이 강한데, ‘유령’은 호텔을 나온 이후가 더 중요한 스토리가 됐죠.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은 분명하다고 봐요.”
‘유령’을 보면 설경구의 일본어 대사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그는 극중 출생의 비밀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대사의 1/3 정도가 일본어입니다. 한국어 대사도 있습니다. 그의 비밀은 역시 영화를 통해 확인하면 될 듯합니다. 설경구는 앞서 자신이 출연했던 ‘역도산’에서도 일본어 연기를 소화한 바 있습니다. 당시보단 일본어 분량이 적었지만 그래도 이번 ‘유령’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에게 나름의 일본어 대사 소화 노하우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노하우? 그냥 무식하게 외워야 합니다. 그 방법 외에는 진짜 지름길도 없고 왕도도 없어요. 그나마 ‘역도산’때 너무 고생을 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좀 부담이 덜하긴 했었어요. 일본어는 여전히 전혀 몰라요. 재일교포 분이 현장에 선생님으로 계셨는데 발음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했어요. 진자 일본어 대사는 한 시간 정도 지나면 혀가 꼬여요. 근데 박해수는 전부 일본어 대사인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촬영 끝나자 다들 박해수에게 박수쳤어요(웃음).”
극중 이하늬와의 육탄전 액션도 화제를 모을 듯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몸과 몸이 부딪치는 육탄 액션이었습니다. 그는 이하늬와의 육탄 액션 정면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설경구가 오히려 이하늬에게 밀리는 액션이었습니다. 그는 ‘실제로도 내가 하늬에게 밀린다’고 웃으며 고개를 다시 저었습니다.
“난 액션이 잘 안 맞아요(웃음). 내가 통뼈라서 상대 배우 잘못 치면 진짜 큰일 나요. 근데 이번에는 상대가 이하늬잖아요 하하하. 근데 이하늬도 여자 배우치곤 체격이 커요. 내가 좀 받아주는 액션이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더라고요. 진짜 영화 속 내가 방어적으로 하는 액션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웃음). 영화 속에선 몇 장면이 편집 됐는데 그거 다 붙였으면 ‘뭔 남자가 저러냐’ 소리 나올 정도일 거에요. 하하하.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배우 설경구. 사진=CJ ENM
그는 이번 ‘유령’을 통해 ‘준지’란 인물에 대해 기본적으로 연민의 정서를 느끼고 시작했다고 합니다. 극중 ‘준지’가 갖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 그랬고 그래서 준지가 갖고 있는 콤플렉스가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고 합니다. 설경구는 지금까지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레전드라 불리는 여러 캐릭터들을 창조하고 또 소화해 왔습니다. 역대 자신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지금도 자신을 뒤흔드는 연민의 캐릭터가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 캐릭터를 연기할 때 전부 다 연민에서 출발해요. 그래서 뭐 하나를 꼽기는 그런데. 그래도 굳이 한 캐릭터를 꼽자면 당연히 ‘박하사탕’의 김영호에요. 그 캐릭터는 진짜 후유증이 정말 오래갔어요. 너무 괴로울 정도였어요. 그때 제가 32살이었으니. 그때 진짜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해서 주변에서 저랑 이창동 감독님이랑 또래로 볼 정도였어요(웃음). 그 덕을 제가 지금까지 보는 건진 모르겠지만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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