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권력투쟁 점입가경…윤석열 '순방 논란'까지
윤 대통령 "UAE의 적은 이란" 발언 후폭풍
야권 "순방 때마다 어김없이 외교참사" 공세
이란 동결자금 '70억달러' 뇌관 부상 우려
2023-01-18 15:17:55 2023-01-18 15:25:32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새해 첫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을 해 후폭풍이 거셉니다. 국내에서는 차기 당대표 자리를 놓고 여권의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인 데 말이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선 '외교 참사'와 '순방 리스크'를 꺼내들며 공세를 이어갔고, 대통령실과 정부는 거듭 진화에 나선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 '가벼운 입'연일 외교 리스크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과정에서 벌어진 'UAE 적은 이란' 발언과 UAE 국가가 흘러나오자 가슴에 손을 얹은 것을 두고 '외교 참사'로 규정, 비판의 목소리를 거듭 쏟아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뜬금없이 적대적인 발언을 내놨는데, 이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며 "기초적인 판단도 못 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는 "북한의 핵 미사일 고도화, 일본의 방위 원칙 폐기 같은 동북아 국제질서가 2차 대전 이후에 최대의 격변을 맞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국익을 최우선으로 치밀하고 실용적인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쟁 불사를 외치고 '친구의 적은 나의 적'이라는 이런 단세포적인 편향 외교로는 국민과 나라의 이익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대통령이 순방만 나가면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며 "변명과 핑계 남 탓으로 일관하는 잘못된 행태부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란 동결자금 '70억달러' 뇌관 부상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찾아 장병을 격려하면서 "여기가 바로 여러분들의 조국"이라며 "우리의 형제 국가인 UAE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란 당국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모르고 한 발언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는데요.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고,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외교부는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며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란의 동결 자금 반환 압박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되면서 우리나라에는 현재 70억달러(약 8조7150억원) 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묶여있는데요. 이란 국영방송인 프레스TV는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 수출 대금 70억달러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란과 한국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 대통령의 '순방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앞서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방문 때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그때의 논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순방에서 또다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야권에서 '대통령 입이 안보 리스크'라고 공세에 나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대통령실과 정부의 수습에도 여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망발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중동을 흔들고 있다"며 "남의 나라 외교에 참견하는 것도 문제인데, 대통령이 한술 더 떠 이웃 국가 간 관계를 '적'으로 규정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는데요. 같은 당 정청래 최고위원도 "또 대형사고를 쳤다"며 "윤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이란은 한국의 적'인가. 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언론 탓을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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