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증가하면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가 5.9%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지출 등 재정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간한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 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구조모형 분석 결과 고령층 가계 비중이 1%p 증가하면 2년 후 누적 재정승수가 0.78에서 0.73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승수는 정부지출을 한 단위 늘렸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지출을 확대하더라도 GDP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국내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 결과 고령층 인구 비중이 1%p 늘어나면 재정지출 충격의 성장 효과도 5.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2년 17.5%에서 2025년 20.6%로 늘어날 전망이다. 약 3년 만에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18.29% 감소하는 셈이다.
인구 고령화는 노동 공급 감소, 고용의 질 악화, 소비성향 둔화 등의 경로를 통해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를 약화시킨다. 실제 고령층 고용은 자본과의 보완재적 성격이 약한 단순일자리에 집중돼 있어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노동 수요 증대 효과가 제약된다. 고령층 고용 중 서비스·판매직 등 단순일자리 비중은 51.5%(전체근로자 35.7%)에 달하며 관리직·전문직 등 전문일자리로 분류되는 직종의 비중은 25.2%(전체근로자 58.7%)에 불과하다.
또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퇴 후 노후 대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소비성향이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고령층에서는 소비성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코로나19 이후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50대 이상 가구를 중심으로 소비성향이 크게 둔화됐다는 평가다.
실제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이용해 계산한 우리나라의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 63.0%에서 2021년 55.4%로 크게 하락했다. 특히 같은 기간 50대(61.4% → 53.9%)와 60대 이상(63.6% → 53.2%)의 하락폭이 컸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재정팀 과장은 "우리나라는 향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지출의 성장효과가 빠른 속도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효과마저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여력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년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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