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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자금줄 '상상인저축은행'발…오버행 터지나
주담대 1년반만에 3배 증가…올해 공시 채권자 23%가 상상인
재무구조 취약한 한계기업에 담보받고 대출…반대매매 주의
채무상환 힘들 기업엔 추가 자금조달 지원…오버행 우려↑
2022-12-13 06:00:00 2022-12-13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의 경우 재무적 상황이 취약한 한계기업들에도 주식담보대출을 늘려온 만큼, 반대매매가 실행될 경우 시장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최대주주 변경 주식담보 계약…23%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발행된 상장사들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중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을 통해 이뤄진 계약은 총 19건으로 올해 전체 공시(83건)의 22.8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주식담보 대출 비중은 매해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말 311억원 수준이던 유가증권 담보대출액은 지난해 말 851억원으로 173.63% 증가했으며, 올해 2분기 기준으로 1056억원으로 증가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 계약 체결 공시는 상장회사의 최대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계약이다.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하거나 대출의 원금이나 이자 등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담보권 실행으로 최대주주의 물량이 시장에 출회 될 수 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자본시장을 통해 운영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거나 추가 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차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 등으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한계기업에 집중된 주식담보대출…반대매매 주의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의 주식담보대출이 재무구조와 신용도가 낮은 한계기업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져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대출금 포트폴리오가 중소기업에 다소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상상인저축은행의 전체 대출금 중 중소기업자금대출 비중은 85.06%이며,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경우 88.46%에 달한다. 이는 상상인저축은행을 포함한 국내 자산 규모 상위 10대 저축은행 평균(60.95%)치를 27.49%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이미 일부기업들의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한국테크놀로지(053590)의 경우 지난달과 6월 두차례 기한이익 상실로 최대주주의 지분이 반대매매됐으며, 올해 디딤(217620), EV수성(084180), 대한그린파워(060900), 시스웍(269620), 금호전기(001210), 엠투엔(033310) 등의 주식담보대출 담보권이 실행됐다. 이 과정에서 엠투엔이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금호전기는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최근 주식관련사채 시장이 위축된 점은 이 같은 반대매매 우려는 높이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상장사들의 이자 부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주식관련사채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부동산PF발 자금경색으로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식담보로 대출받은 한계기업들의 담보권 실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의 경우 지난 2019년에도 담보취득 기업에 부실대출을 진행해 제재받은 이력이 있다. 당시 금감원은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주식 등의 담보를 취득했단 이유로 대출 회사에 대한 면밀한 심사 없이 대출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돈 줄 막힌 기업엔 CB 차환발행…추가 오버행 우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의 경우 한계기업에 대한 부실대출 외에 CB발행이나 인수에도 관여하고 있어 오버행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차입금 상환이 어려운 기업의 CB발행에 참여하는 식이다. 상상인의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해소할 수 있지만, 향후 주식전환 시 기존투자자들은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7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CB(5회차)를 발행한 바이오로그디바이스(208710)의 경우 향후 주식전환 가능물량이 기존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바이오로그디바이스는 조달한 자금 650억원 전액을 4회차 CB상환에 사용했는데, 4회차 CB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이 보유한 CB다. 주가하락으로 CB의 주식전환이 어려워지자 상상인이 직접 자금을 대주고 CB를 차환 발행한 것이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경우 CB 차환발행을 통해 디폴트 우려를 해소하고 향후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지만,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는 크게 희석됐다. CB 차환발행으로 전환가액이 기존 2161원에서 1143원으로 낮아지면서 향후 전환가능 주식수가 2배가량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한 기업들의 담보권이 실행됐다면 해당 기업은 대출금의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해당 기업의 재무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CB 발행 등을 통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한 스튜디오산타클로스(204630), 넥스턴바이오(089140), 제이스코홀딩스(023440) 등의 CB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반대매매가 실행된 EV수성(084180), 시스웍(269620) 등의 CB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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