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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내부통제 빌미로 CEO 흔들기 안된다
2022-12-08 06:00:00 2022-12-08 06:00:00
금융당국이 최근 대규모 횡령 같은 사회적 파장이 큰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이 직접 책임지는 내부통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돌린다던지, '금융사고 발생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 식의 모르쇠가 더 이상 통하지 못하도록 금융회사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규정하고, 사고 예방 노력에 관한 소명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제재 근거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으로 내부통제 개선안 내용을 추가, 보완할 예정이지만 자칫 금융회사의 경영권과 지배구조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한다는 '관치금융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중대 금융사고의 범위와 제재의 유형, 책임의 면제 및 감경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관련 임원의 내부통제 최종 책임을 강화해 금융사고가 터지면 최종 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는 옳다. 하지만 금융회사 대표이사 등에게 포괄적 책임,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적정한 조처 의무, 소명 책임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내부통제 근거로 활용하는 게 적정한지,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적 제재와 근거는 명료해야 한다.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책임과 의무는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가 많아 기관의 입맛에 맞게 남용되기 쉽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에게 포괄적으로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에 한 해 책임을 묻는다는 인적 제재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국은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들이 어떤 방지 노력을 했는지 소명하지 못하면 제재하겠다고 밝혔는데, 노력의 정도를 정률화 된 기준으로 규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개개인의 소명으로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게 공정한 법 집행인지도 의문이다.
 
또한 금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했다면 조치 의무를 충실해 이행했다고 간주하겠다는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이사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책한다는 내용은 감독기관의 자의적인 판단 영역이 무궁무진하게 확장돼 감독 권한이 남용될 소지가 있다.
 
내부통제 부실의 충격이 금융시장 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당국의 제도 취지는 이해된다. 그러나 면책규정이 추상적이고 처벌이 광범위할 경우 법적 실효성이 떨어지고,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질 것이다. 중대사고 기준, 금융사 대표이사 등의 책임 범위, 면책 근거 등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권한 남용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혜현 금융부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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