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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에도 은행장들 연임 가능성 반반
지주사 회장 거취·금융당국 입김 등 변수
2022-12-02 06:00:00 2022-12-02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국내 은행장들이 연말연시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 여부는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역대급 실적 달성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했지만, 외부 상황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금융지주사 회장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이번 달에 임기가 끝나고,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에,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내년 3월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단 재임기간 동안 꾸준한 이자 이익과 순이익 증가로 은행 실적이 크게 향상됐고, 대내외적으로 금융 불안전성이 높아지고 있어 조직 안정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교체보다는 연임에 무게가 실리지만 조직 내부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까지 2조5925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해 2분기 연속리딩뱅크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에 취임한 진 행장은 2020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신한금융 계열사 CEO 인사권을 쥐고 있는 주주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상성이 좋아 연임에 큰 걸림돌은 없다.
 
다만 현재 검토 중인 지주 부회장직이 신설된다면 유력한 부회장 후보로 진 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달 초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1인을 결정한 후 약 일주일 안에 자회사 사장단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진 행장의 향후 행보도 이때 판가름 날 전망이다.
 
권준학 농협은행장 연임을 두고는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 내부 분위기는 권 행장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이대훈 전 행장을 제외하고는 농협은행 전례상 연임에 성공한 행장이 없어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
 
권 행장도 실적 성적표는 나무랄 데가 없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순이익은 1조555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1조4599억원이다. 4분기까지 포함한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서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지배구조 상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권 행장은 경기도 평택 출신으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함께 경기도 라인 핵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권 행장은 이 회장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또 권 행장이 지난 2020년 중앙회 기획조정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됐다고 알려진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일찌감치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 하마평으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내부 출신 행장을 원하는 기업은행 노조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며 결사 반대 의사를 밝혀 차기 행장 임명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책은행 특성상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행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밖에 없지만, 예상을 깨고 내부 출신 행장이 임명될지 주목된다. 기업은행은 2010년 조준희 전 행장, 2013년 권선주 전 행장, 2016년 김도진 전 행장까지 3연속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한 바 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통상 2+1의 임기를 채우는 관례에 따라 변수가 없는 한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조직개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행장도 임기 동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는 공을 세웠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2조5704억원 순이익을 기록해 하나금융이 사상 처음 3조 클럽에 진입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2조2438억원으로 연간 순이익이 지난해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권 인사 시즌을 앞두고, 투명하고 공정한 CEO 선임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내놔 단순히 조직 안정성을 명분으로 연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성황이지만, 실적 등 객관적인 경영 성과 지표로 역량을 증명한 만큼 큰 결격사유가 없다면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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