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공직자 '3불(不)'과 이태원 참사
2022-11-15 06:00:00 2022-11-17 08:27:39
이태원에서 무고한 청춘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다. 선진국에서 벌어진 낯 부끄러운 일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크고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으로 서민들의 마음이 뒤숭숭한 때에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은 이와 유사한 일이 앞으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불신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다. 정부는 참사를 방지하고 수습해야 할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희생자의 장례와 금전적 보상, 관련 직무자에 대한 조사나 수사는 기본이고 관련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진 사퇴하고 처벌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다.
 
(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황망하게 사망한 젊은이들의 영혼을 달래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안정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참사의 발생과 수습에서 나타난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디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을 조화롭게 수용해 대통령이 나서고 여야가 협력해 국민 안전을 위한 근원적인 대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참사의 책임을 경찰이나 지자체만의 몫으로 한정하기보다는, 모든 공직자가 경각심을 갖고 국민안전은 자신의 업무이고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몇몇 사람의 직무상 잘잘못으로 보기 전에 공직자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나 공직자의 사명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근본적인 공직자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공직자의 위민정신이 결여돼 있다. 국민을 최우선시할 고객으로 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 공무원이 법과 원칙을 가지고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당연한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나 재난에 대해 '내 가족이 피해나 희생이 된다면?'하는 생각을 갖고 진지하게 처신해야 한다. 그저 책임회피나 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며 뒤로 빠지는 모습은 위민정신과 거리가 멀다. 업무의 궁극적 대상은 국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주택사업자의 사업편의나 이익보다 국민의 주거와 교통복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는 병원이나 복지기관 지원·육성보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 왠지 이를 혼돈해 주객전도가 되고 있지 않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공직자에게 국민우선의 정신이 없다면 공직자는 공무가 아닌 사무를 보는 것이고, 공직자가 자칫 특정이익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된다. 모든 선공후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세종대왕은 백성을 먼저 생각하라며 위민정신을 실천했다. 범죄에 대한 형벌을 강화해 백성의 피해를 최소화하되 과도한 형벌과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예를 들어 죄인의 부모가 70세 이상이면 죄인을 부모의 인근에서 복역토록 배려하기도 했다.
 
둘째, 적극행정의 마인드가 부족하다. 국민은 공직자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상사의 눈치만 보고 지시만을 따르는 복지부동의 자세가 국민을 을로 보는 오만함으로 이어지고, 또 “아쉬운 자가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자세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공직자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적극행정의 추진방법도 바꿔야 한다. 건수 위주의 실적 만들기보다 공직자의 업무행태가 변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특히 상급자부터 적극행정 교육을 받고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상부 공직자의 적극행정이 실종됐기에 발생한 것이다.
 
셋째, 책임을 다하는 정신이 부족하다. 헌법 제7조 1항은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작금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봉사자가 맞는지, 책임은 지는지 의구심이 든다. 책임감도 부족하지만 권한을 제대로 발휘하는 지도 의문이다. 행정부의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국회나 정당이 행정부처를 손에 쥐고, 행정행위는 사사건건 사법부의 판단에 의존하거나 유보돼 행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선출직·정무직 공무원은 정파나 특정 이익을 위한 일을 민간주도나 혁신으로 포장하기도 한다. 고위공직자가 자신이나 측근을 위한 이익과 명예, 이미지 포장을 추구하면 실무공무원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과 책임회피에 급급하게 된다. 결국 다수의 국민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공직자의 위민정신, 적극행정, 책임의식이 회복돼야 제2, 제3의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윗선의 솔선수범이 절실하다. 공직자가 '국민을 우선'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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