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건설 돈맥경화 비상③)김태섭 주산연 초빙연구위원 "PF 충격파 최소 2년 지속…공급 관리가 관건"
김태섭 위원, 현 PF 부실 사태 진단 인터뷰
PF 위기는 이제 시작 단계…주택·건설 업계 하방 압력 작용
PF 장기화할 경우 건설뿐만 아닌 국가 전반에 악영향
정부의 규제 완화, 업계의 자구책 마련 절실
2022-11-14 06:00:00 2022-11-14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최근 건설·부동산발(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를 시작 단계로 보고, 이 같은 충격파가 최소 2년에서 길게는 3~4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비단 건설 경기뿐만이 아닌 국가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공급 관리를 주축으로 한 전폭적인 주택 시장 규제 완화와 업계의 미분양 해소를 위한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내놨다.
 
김태섭 주산연 초빙연구위원은 13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상황은 주택 시장의 경기 변동 관점에서 볼 때, 침체기의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며 "이것은 PF 부실 사태 역시 시작 단계라는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PF 사태는 미국의 정책금리 상승과 그 영향,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가 맞물린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그간 부동산 활황에 영향을 미쳤던 저금리 상태에서 양적 완화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은 끝난 상태"라며 "너무 오른 주택 가격으로 인해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꽁꽁 얼어버린 기대심리는 그대로 PF의 수요자와 공급자 리스크 증가로 나타났다"며 "미분양이 증가하고 집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기에는 이미 이뤄진 PF의 회수 위험으로 부실 사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사업도 PF를 통해 진행되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된다 해도 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F 부실 사태가 주택 시장 전반에 걸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PF 부실 사태가) 앞으로 대량 미분양과 미입주 발생을 유발하고, 건설사들의 자금난, 제2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역전세난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해서 주택을 산 젊은 수요층은 한계 상황에 이르고, 가계 부도가 서서히 표면화돼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같은 흐름에서 대형 건설사나 시행사의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내놨다. 김 위원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곧 추진할 예정인 사업 중에서, 자금 조달을 통해서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 중에서도 과도한 사업 추진을 진행해 오던 건설사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업을 추진하지 않거나 계획만 수립했던 건설사들은 장기간 기다리면 되겠지만, 경기와는 상관없이 회사 운영 등 고정비 지출 때문에 사업을 어느 정도라도 추진해야 하는 건설사들은 막막할 것"이라며 "앞으로 건설 업계에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현재의 상황이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와 비슷하면서도, 현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외환위기 시기에는 중대형 건설사의 절반 정도가, 금융위기 때는 20~30개사 정도가 부도가 나서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많은 건설 업체들이 이 시기에 도산했다"며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문제였고 금리도 이미 높은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은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로 충격이 더 클 수 있다. 또 전 세계적 현상으로 전반적인 시장 경제와 관련이 있어 이번 위기의 경우 불확실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며 "외환위기는 외환 부족,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 부실로 위기가 터지고 그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었다. 현재의 위기 원인은 미국 발 금리 인상인데, 문제는 금리가 계속 오르는 등 진행형이라는데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동산 경기 상황을 볼 때 현재의 위기는 초기 단계 진입으로, 최소한 2년에서 길게는 3~4년 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지원 정책에 따라 단축될 수는 있겠지만,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과 국내 경제의 동조화가 예전보다 강하고 이에 따른 영향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이 같은 PF 사태 위기 극복을 위해 지금부터 정부와 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미분양 지역 관리 등 시장 관리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순차적으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취등록세, 양도세를 감면해 주고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완화해 주는 조치를 서서히 취해야 할 것"이라며 "또 공급 급랭기로 접어들 수 있어 향후 경기가 호전되면 공급 부족에 따른 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때문에 공급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요를 촉진시키는 정책 지원도 절실하다"며 "집값 폭등기에 만든 규제와 중과세 세금 정책을 과감히 풀어야 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를 위한 공적금융 지원 확대, 보증 지원 확대 등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김태섭 위원은 "업계는 미분양 급증 시 물량 해소를 위한 자체적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사업 추진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를 교훈 삼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때다. 업계의 자발적 방안, 대정부 공동 대응도 선제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PF 부실 사태 파장이 장기화된다면 건설 경기뿐 아니라 산업 전반과 국가 경제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