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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이태원 참사, 무분별한 SNS는 그만
2022-11-01 06:00:00 2022-11-01 06:00:00
지난 29일 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154명이 사망하고 149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소식은 언론보다 SNS를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이태원 참사 영상'은 보기 참담할 정도로 적나라했다. 
 
SNS 영상을 통해 본 참사 당시 이태원은 축제를 즐기러 온 수백명의 인파가 한데 엉켜 앞으로 가지도 뒤로 가지도 못해 소리를 지르고, 경찰과 소방대원이 사람들에 깔려있는 사람을 구하려 당기고 있었으며, 수십명의 사람들이 누워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다. 모포에 덮인 수십구의 시신은 누군가가 촬영한 사진에 담겨 널리 퍼져나갔다.
 
또 현장에 출동한 응급차량 앞에서 젊은 청년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올라와 전국민의 비난 대상이 됐다. 이 모든 영상의 공통점은 모자이크가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밤사이 발생한 참사 현장을 전 국민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후 SNS 상에는 도를 넘은 가짜뉴스도 거침없이 번져나갔다. ''밀어'라고 외치는 남성들로 인해 사고가 커졌다', '마약을 했다', '유명인이 와서 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났다'는 등의 추측성 글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러한 글과 사진엔 희생자를 비난하는 댓글도 달렸다.
 
희생자가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과 사진,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사상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이어지면서 무분별한 SNS가 희생자와 유가족에겐 2차 가해를, 이를 본 국민들에게 까지 트라우마를 안기고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온라인 상에는 사고 현장을 영상으로 접한 사람들이 '잠이 오지 않는다', '사고 영상이 자꾸 떠올라서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의 호소를 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사고 당시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 명예를 훼손하고 2차, 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오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154명의 젊은 청년들이 세상을 떠났다. 슬퍼할 시간도 부족하니 모두 손가락을 멈추길 바란다.
 
박한솔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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