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9월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빈자리가 크다. 어렵사리 건넜던 탄핵의 강에 다시 빠져들고, 심지어 선을 그었던 부정선거 주장까지 재등장했다. 국민의힘을 20대와 30대도 지지 가능한 젊은 개혁보수 정당 이미지로 탈바꿈하려 했던 이 전 대표의 퇴장과 함께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이뤄지면서 철지난 색깔론 등 기존 수구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는 지적이다.
변변한 조직 하나 없던 이 전 대표는 2030 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이른바 '이준석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해 6월 당대표로 선출됐다. 보수정당 최초의 원외 30대 당대표의 등장은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낡은 국민의힘 이미지를 단번에 바꾸었다. 민주당도 긴장했다. 이 전 대표는 여세를 몰아 20대 대선에서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기존 60대 이상의 전통적 지지층에 20대와 30대를 결합, 40대와 50대 지지를 받는 민주당을 포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대남(20대 남성)에 집착하면서 성별 갈라치기 지적도 제기됐지만 이는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곧이어 지방선거까지 압승했다.
이 전 대표는 이보다 앞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 탄핵의 정당성을 역설, 국민의힘을 탄핵의 늪에서 건져냈다. 탄핵을 계기로 분열된 보수세력을 다시 통합하고 민심과의 괴리를 줄이겠다는 의지였다.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 내리 참패했던 국민의힘으로서도 변화가 절실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관련해 송구하다고 말하자, "님아 그 강에 빠지지 마오"라며 제지에 나섰다. 황교안 전 대표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계속된 윤핵관과의 갈등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면전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이 전 대표는 길을 잃었다.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하고, 공교롭게도 법원 판결이 나온 같은 날 소집된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징계를 처분 받으면서 차기 총선 출마도 사실상 봉쇄됐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등 올드보이들의 귀환으로 이어졌다. 이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했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친일 및 종북 주사파 논란에 휩싸였다. 그렇게 당은 급격하게 우경화됐다.
황 전 대표는 지난 17일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전당대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그는 기존 주장했던 탄핵의 부당성과 2020년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재차 꺼내들었다. 황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하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윤상현 의원 역시 졸속 탄핵을 주장했다. 당대표 출마를 시사한 조경태 의원은 탄핵을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다시 '배신자' 프레임을 작동시켰다. 황교안 당대표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나경원 전 의원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복귀했다. 그 역시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임명된 김문수 위원장은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던 대표적인 탄핵 반대론자로,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김일성주의자",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수령님께 충성하는 종북 주사파로 매도해 논란을 빚었다. 그로부터 촉발된 색깔론은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어받았다.
국민의힘이 '도로한국당'이 되면서 민심도 멀어졌다. 21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5.6%로 48.6%의 민주당에 크게 뒤졌다. 특히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민주당에 밀렸다. 20대 국민의힘 33.5% 대 민주당 45.7%, 30대 국민의힘 35.6% 대 민주당 45.1%, 40대 국민의힘 22.7% 대 민주당 64.5%, 50대 국민의힘 31.0% 대 민주당 57.1%로 조사됐다.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모든 연령대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였다. 60대 이상 국민의힘 47.8% 대 민주당 36.6%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20일 여론조사기관 4사가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정당 호감도에서 국민의힘은 36%에 그쳤다. 대선 직후 조사보다 10%나 폭락했다. 특히 가장 큰 호감도 낙폭을 보여준 연령대는 20대였다. 국민의힘에 대한 20대의 호감도는 지난 4월 조사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23%, 비호감도는 9% 포인트 상승한 65%를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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