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분리? 마음은 '전대·총선' 콩밭에
유승민 체제는 이준석 시즌2, 친윤 지도부 절실…여소야대도 부담
2022-10-19 16:34:51 2022-10-19 16:34:51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와 2024년 치러질 22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과의 소통을 넓히며 친정체제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19일 용산 국방컨벤션센터에서 국민의힘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정유섭(인천 부평갑), 심장수(경기 남양주갑),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김항술(전북 정읍고창), 김영진(제주 제주시갑) 당협위원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총선 공천과 직결되는 당협위원장 정비에 나선 상황으로, 이준석 전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할 정도로 친윤계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이런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선언하고 국민 앞에 나설 때 저의 모든 것을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쳐 대한민국을 다시 도약시키고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자"고 당정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정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각오로 심기일전해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간담회는 여당과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만든 자리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 초 전당대회가 예정됐다는 점에서 '윤심'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해석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아래로 처지기까지 한 상황에서 친윤 지도부 옹립과 총선 승리는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대통령 취임 직후 계속해서 곤경에 처했던 점은 악몽과도 같다. 
 
표면적인 당정분리 기조와는 달리 윤 대통령은 당에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지난 8월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참석해 원팀을 강조했었다. 윤 대통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 간에 일치된 당정 협력을 위해서 오늘 또 이 자리가 마련이 됐는데 참 감개가 무량하다"며 "당정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오로지 민생만을 생각할 때"라고 말다. 또 "국민들께 신뢰를 드릴 수 있는 그런 당정 간에 튼튼한 결속을 만들어내자"고 재차 독려했다. 당 내분의 직접적 불씨가 된 문자 유출 사태에서도 확인이 되듯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표를 "내부총질 당대표"로 규정하고 당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당무에 관여했다. 
 
이와는 반대로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2일 출근길에서 비대위를 둘러싼 가처분신청 등 내홍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슨 당무에 대해 이래라저래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무 비관여 원칙을 고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출근길에도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과 이 전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입장을 묻자 "다른 질문 해달라. 제가 그런 당무 사안에 대해서는 답변한 적 없지 않느냐"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년 초 있을 전당대회와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자기를 뽑아준 정당을 자기 걸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성향들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라고 윤 대통령의 당 장악 시도를 내분의 원인으로 짚었다.
 
정치권에선 차기 전당대회와 22대 총선 공천이 윤심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새로운 체제를 의미한다. 갈등을 빚은 이준석 전 대표가 아닌 친윤계의 새 당대표와, 여소야대를 뒤집을 새 총선 결과가 윤 대통령에게는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는 과반의석(169석)을 차지한 민주당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미국 뉴욕 순방 과정에서 논란이 된 비속어("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역시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1억달러를 글로벌 펀드에 공여하기로 약속했는데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승인 안 해주면 창피해서 어쩌나'라는 게 대통령실의 해명이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금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가 행동반경이 아주 제한돼 있다"며 "다음 총선에서까지 과반수 확보를 못할 것 같으면 나머지 3년 임기도 똑같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친윤이 당대표가 돼서 총선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면 그 다음 정치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미 다 예측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김 전 위원장과 만났다면서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윤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으로 겨우 연명해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되며, 이는 보수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김 전 위원장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다만 차기 당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만은 안 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의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었던 유 전 의원은 경기지사 경선 패배를 계기로 반윤 전선을 명확히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윤심의 배척이 노골화될 경우 당심 70%가 반영되는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민심이 효과를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권이 유 전 의원에게 넘어갈 경우 '이준석 시즌2'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는 꼴이다. 물론 총선 공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영향력도 극히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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