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위협 비행과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새벽 북한이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합참은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발사한 130여 발의 포병 사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북한의 7차 핵실험 위협이 커지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이 하나같이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를 넘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독자 핵무장론까지 등장했다. 강력한 안보를 토대로 전통적 지지층의 재결집을 꾀하겠다는 국면 전환용으로 읽힌다.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건 김기현, 조경태 의원이다. 두 사람은 현 상황이 NPT에 명시된 탈퇴 요건인 '비상사태'라며 자체 핵 개발을 통한 핵무장론을 설파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17일 TBS 라디오에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대한민국도 핵을 가져야만 북한의 도발을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조 의원은 16일 기자회견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금이라도 핵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김기현 의원도 "항구적 평화는 구걸과 조공으로 얻을 수 없다"며 "과감한 자위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YTN 라디오에서는 "핵의 균형을 이뤄야만 한다"며 "적국이 총 들고 오는데 우린 칼로 싸우자면 스스로 자멸하는 길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가져야만 한다. 힘이 있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경제, 복지 등의 분야와는 달리 안보에 있어서는 강경한 대결 성향을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의 핵 잠수함과 항공모함 전단을 우리 영해 인근 공해에 상시 순환배치하는 방안도 실질적인 핵 공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해 미국과 물밑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 도전 의사를 공식화한 안철수 의원 역시 핵공유 방식에 동의했다. 안 의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주미대사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고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에 있는 미국의 핵을 공유하는 '한국식 핵공유'를 제안했다. 이는 유승민 전 의원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는 다르다고 안 의원실 관계자는 부연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나경원 전 의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핵 해법의 전환을 모색 중이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을 테이블 위에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도 모자를 판"이라고 했다. 그는 "(부위원장이)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어떤 제한이 있지는 않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에 반해 윤상현 의원은 현실적 어려움을 들었다. 윤 의원은 지난 15일 "자체 핵무장은 비현실적"이라며 "NPT 체제를 훼손하기 때문에 국제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립이 발생할 것이며,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나라 경제는 질곡으로 치닫을 것이고, 미국도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신 "핵이 탑재된 미 잠수함 등을 한반도 영해 바깥에 상시 배치하고, 한미 간 핵공유 협정을 맺는 것이 북핵 위협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당권 주자들의 이 같은 강경론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시하며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재차 의문을 표했다. 그는 "미치광이 전략의 복사판", "미친 개에는 몽둥이가 약" 등의 거친 발언을 써가며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곧바로 김정은정권이 붕괴로 이어질 것을 '힘'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가세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핵 균형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때"라며 "우리만 낭만적 민족주의에 젖어 비핵화 타령만 하고 있을 때인가"라고 물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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