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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그림자①)새 아파트 안 산다…메마른 매수심리
수도권 8월 미분양, 5012가구…2년8개월만에 최고
아파트 분양전망지수, 43.7…금리·집값 고점 인식 영향
2022-09-26 07:00:00 2022-09-26 07:00:00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았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냉기가 돌고 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3만 가구를 넘어선 데다 금리 인상과 집값 약세 전환으로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지 못하는 악성물량까지 늘어나는 등 분양 시장이 위축된 까닭이다. 정부에서는 세종을 제외한 지방 전역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는 등 시장 안정화에 나섰지만, 거래활력 회복은 아직 요원한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경기·인천의 미분양 아파트는 5012가구로 전월(4563가구)대비 9.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2019년 12월(6202가구) 이래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에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한 것이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올해 1월(1325가구)부터 8개월째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지난달 미분양 물량을 공개하지 않은 전국 아파트를 제외하더라도 수도권의 '청약불패'신화가 빠르게 깨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 미분양 그림자가 더욱 짙어진 셈이다.
 
지난 7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역시 총 3만1318가구로 전월(2만7910가구)대비 12.2%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3만가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3만3894건)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지방 미분양은 1만6201가구에서 2만6755가구로 급증했다. 여기에 악성 물량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388가구로 전월보다 3.6% 늘었다.
(표=뉴스토마토)
서울의 경우 통계 작성당시 빠졌던 금천구 미분양 물량(34가구)이 추가되면서 7월 민간 미분양 물량은 기존 592가구에서 626가구로 증가했다. 지난달 미분양 물량은 610가구로, 전월보다 소폭 줄었지만 작년 8월(55가구)과 비교하면 미분양 물량은 11배가 뛰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또한 7월 184가구에서 지난달 187가구로 되레 증가했다.
 
수도권 미분양 증가를 견인한 것은 인천이다. 인천의 8월 미분양 물량은 1222가구로 전월(544가구)에 비해 124.6% 급증했다. 한화건설의 한화 포레나 인천구월을 비롯해 아시아드 대광로제비앙, 제일풍경채2차 등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여파다.
 
경기도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3180건으로 전월(3393건)대비 6.3% 감소했지만 작년동기(789건)에 견주면 303% 늘어난 상태다. 지난 4월 안성시에서 분양한 '안성공도 센트럴카운티 에듀파크'와 6월 양평군에 분양한 '휴먼빌 아틀리에'에서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데 따른 영향이다.
(데이터=주택산업연구원)
이밖에 대전지역 미분양 물량은 509가구에서 763가구로 49.9% 뛰었고, 강원과 경북은 각각 1348건, 6693건으로 한달 전보다 8.8%, 2.7% 증가했다. 한편 공급 물량 적체와 금리인상 등에 따른 부담으로 미분양 문제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43.7로 전월(61.3) 대비 17.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2017년 10월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등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53.7에서 49.4로 4.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세종(-46.7포인트)과 경북(-28포인트), 충북(-26.8포인트), 대전(-11포인트)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이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예견됨에 따라 아파트 분양 사업자들의 심리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누적되는 미분양주택량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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