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수리남’,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실화였다
비현실적 상황+캐릭터 톤... “강력한 실화 탓 ‘톤다운’ 설정 추측까지”
‘악마’ 그 자체 황정민 ‘빌런’, 목사 설정 속 마약-종교-아이러니 비유
2022-09-08 01:00:01 2022-09-08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6부작 드라마로 충무로 최고 스타 감독 윤종빈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윤 감독 페르소나 하정우 그리고 흥행 보증수표 황정민이 메인 주연으로 출연한다. 여기에 ‘넷플릭스 공무원’ 박해수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 조우진이 합류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드는 유연석의 존재감도 크다. 신예 김민귀의 날카로움도 번뜩인다. 이 정도면 안 볼 자신이 없는 라인업이다. 내용은 이름도 생소한 중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한국인 마약 대부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한국 국정원 그리고 미국 마약 단속국 DEA가 합동으로 한국인 마약 대부를 검거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애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합동 작전 중심축이 민간인이다. 한국에서 갖은 고생을 하던 중 친구의 제안으로 수리남으로 건너가 수산업에 뛰어 들어 큰 돈을 벌던 가운데 한국인 마약 대부 꾐에 넘어가 전 재산을 날리고 사업을 망치게 인물. 그는 국정원에 포섭돼 이 한국인 마약 대부 검거 작전에 ‘언더 커버’로 잠입한다. 사실 기본적 설정으로만 놓고 보면 너무 황당하고 지극히 현실성이 떨어지는 애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더 진짜 놀라운 점은 지금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속 에피소드 기본 골격 자체가 실화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수리남에 거주하며 마약 대부로 악명을 떨친 ‘조봉행 사건’이 ‘수리남’ 모티브다. 큰 그림안에서의 극중 설정은 실화에서 가져왔다. 이건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극중 하정우가 연기한 인물은 ‘강인구’.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수리남’. 스크린 상영 극영화가 아닌 모니터와 브라운관을 통해 관람하는 OTT콘텐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선택일 듯싶다. 강인구가 경험을 기억하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스토리 스타트를 끊는 것은 극에 대한 몰입도와 동질감을 높이는 데 좋은 역할을 한다. ‘이건 내 경험이지만 당신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도 들린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강인구도 뜻하지 않게 수리남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에게 걸려 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강인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가 연이어 돌아가신 뒤 두 동생을 키우며 소년 가장이 됐다. 학비와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단 얘기에 배운 유도는 커서 요긴하게 써먹는 호신술이 됐다. 성인이 될 때까지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갖은 고생을 다한 그는 겨우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 입에 풀칠 할 정도의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던 중 절친 응수(현봉식)가 어느 날 찾아온다. 중남미 국가 수리남에 대한 얘기를 풀어 놓는다. 현지에선 먹지 않는 홍어를 국내로 헐값에 수입해 돈을 벌 수 있다 귀띔을 한 것. 반신반의하며 현지로 건너간 인구는 응수와 함께 수리남 수산업 시장을 휘어 잡는 장사 수완을 발휘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잘 나가던 그의 홍어 사업이 갑자기 암초에 걸렸다. 인구와 응수의 홍어를 실은 컨테이너 선박이 해외에서 검사를 받다가 묶여 버렸다. 선박 물품에서 마약이 나온 것. 당연히 금시초문이다. 이 일로 인구는 수리남 교도소에 수감까지 된다. 이 시기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인구에게 접근한다.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인구가 수리남에서 알게 된 목사 전요환. 수리남 대통령과도 친분을 쌓을 정도로 명망 높은 목사였다. 하지만 전요환, 실체는 상상을 초월한 마약 거물이었다. 그가 유통하는 코카인은 전 유럽 마약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 인구의 홍어에서 발견된 마약은 전요환 소유의 코카인이었다. 전요환이 인구의 컨테이너 선박을 이용해 대한민국 시장 개척을 시도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구는 전요환 때문에 전 재산을 날리게 됐다. 더욱이 응수는 누군가에게 끔찍한 일까지 당했다. 인구는 이대로 참을 수가 없었다. 국정원도 이런 감정을 노린 것 같다. 몇 년 동안 골치를 썩던 전요환 검거 작전에 강인구를 포섭, 최일선에 투입 시키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전요환이다. 그는 표면적으론 수리남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목사다. 하지만 속내는 악마의 혓바닥에 버금가는 인물. 악행을 넘어 악 그 자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 그리고 거대한 사병 조직까지 거느린 채 수리남 사회를 지배한다. 심지어 수리남 대통령까지 쥐고 흔든다. 전요환과 강인구, 두 사람의 수 싸움이 시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수리남’은 너무도 영화적이고 비현실적 설정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근데 놀랍게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모든 게 사실에 밑바탕을 둔 설정들이다. 민간인 강인구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생면부지 중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마약 대부’를 상대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습은 비현실성을 넘어선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조봉행 사건’ 속 강인구의 롤 모델이 된 인물이 겪은 경험은 더 드라마틱하다. 때문에 ‘수리남’ 속 설정들은 오히려 ‘톤 다운’이 된 듯한 인상까지 받을 정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강인구와 전요환이 유지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텐션은 주변 인물들이 더해지면서 더 조여 든다. 변기태(조우진) 데이빗 박(유연석) 첸진(장첸) 등 각자의 사익을 위해 강인구와 전요환 대립 사이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이들의 모습은 삶과 인간에 대한 존재 자체의 회의감마저 들게 만들 정도다. 더욱 악마적 설정은 이 모든 걸 손에 쥐고 흔드는 전요환의 노림수.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역대급 악역 ‘백사장’을 연기한 뒤 ‘신세계’에서 매력적 악역을 넘어 ‘아수라’에서 악마적 권력의 화신을 선보인 황정민의 연기력은 전요환이란 색다른 악마를 창조해 냈다. 전요환은 흡사 ‘악마의 혓바닥’이란 별칭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세치 혀를 통해 세상 모든 사람을 조종하는 듯한 악마성을 드러낸다. 특히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윤종빈 감독은 ‘수리남’의 전요환을 목사로 설정했다. 그의 패거리 일당이 ‘집사’ ‘권사’ ‘전도사’로 불리며 ‘주기도문’ ‘사도신경’을 읊조리고 성경 말씀을 되 뇌이면서도 인간의 영혼까지 말살하는 마약 시장을 주무르는 행위는 아이러니가 일상인 우리 삶의 이면 이자 실체를 들춰내는 행위처럼 다가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하정우의 안정적 연기력 역시 ‘수리남’의 현실성과 판타지 경계를 잘 조율하는 동력이다. 하정우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기를 안하는 것 같은 연기’에 있다. 그의 발성과 연기 톤은 기존 상업 영화에선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색깔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발성과 그것에 색을 입히는 연기가 일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흘러가게 하는 하정우만의 스킬은 반대로 작품 자체의 세계관을 일상과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 모멘텀을 제공한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시작해 하정우의 영화적 단짝으로 성장해 온 윤종빈 감독. 앞선 하정우의 장점을 파악하고 충무로 그 어떤 감독보다 그를 잘 활용한다. ‘수리남’ 속 ‘강인구’ 캐릭터가 그 확실한 증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들 외에도 조우진 유연석 박해수 김민귀 그리고 장첸 등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연기가 아닌 모두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조율하는 듯한 등장이 각각의 장면을 압도적으로 존재하게 만들고 강조되게 만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스틸. 사진=넷플릭스
 
‘수리남’의 가장 큰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체적으로 비현실적 설정과 기대치와는 다른 사건의 해결 과정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실화에 밑바탕을 둔 설정이다. 그래서 ‘수리남’이 놀랍고 그 놀라움 속의 재미와 몰입도를 끌어 낸 윤종빈 감독의 실력이 더 놀라울 뿐이다. 총 6부작. 9일 넷플릭스 공개.
 
P.S ‘수리남’을 보고 나면 넷플릭스 유명 시리즈 ‘나르코스’ 감상에 도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