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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적신호②)수돗물·농산물·해수욕까지…녹조 안전 기준 없어 '정책 엇박 심각'
시민 불안감 높아지는데 환경부는 "수돗물 안전하다" 반복
환경부 "정부 검사법 더 정확" VS 환경단체 "무지에서 비롯"
낙동강 유역 재배 농산물, 녹조 독소 안전성 기준조차 없어
해수욕·레저객 녹조 바다에서 수영…해수부 '지자체'에 떠넘기기
2022-09-05 04:01:00 2022-09-05 11:19:14
[뉴스토마토 용윤신·김현주 기자] 낙동강 녹조 독소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부처들은 검증 논란, 기준 부재 등을 이유로 조치를 유보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낙동강 녹조 문제는 낙동강 유역에서 재배된 농산물로 이어지고 있지만 농산물 검사법은 부재한 실정이다. 아울러 해수욕객·해양레저객에 대한 기준도 없어 해수욕객에게 입수 금지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일부 사람들은 바다에서 서핑을 사태가 빚어지는 등 곳곳에서 녹조 독소에 대한 정책 엇박이 심각한 모습이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8월 23일부터 24일간 부산, 대구, 경남, 경북지역 정수장 10곳의 수돗물을 대상으로 두 가지 분석법을 활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을 진행하고 분석 결과 10곳 모두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이른바 녹조로 불리는 남세균에서 발생하는 독소 성분이다. 남성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여성 난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생식 독성까지 띠고 있어 프랑스와 미국 주 정부 등에선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2010년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현재까지 녹조 독소에 대한 조치를 보류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희 검사 결과로는 안 나왔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당장 대응하는 게 아니라, 활성탄도 집어 넣고 조류차단막도 하는 등 저희가 기존에 하던 것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조류독소 검출 여부에 대해서는 검증이 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검사 결과가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의 분석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25일까지 경북과 대구, 경남, 부산 지역 가정과 상가에서 이용하는 수돗물 22개 샘플을 확보해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한 결과, 6개 샘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 건강위험 평가국 음용수 기준을 1.7배에서 5.83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법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낳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환경부는 본인들의 검사법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이는 환경부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렇게 결과가 다른 건 시험법의 차이 때문"이라며 "환경단체가 활용한 ELISA 분석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라면서 "하지만 표시한계가 0.3㎍/L로서, 0.3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밀한 시험법이고 신뢰도가 있고 정확한 수치를 나타내는 시험법인지 환경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상태에서 9월 중에는 검증을 추진을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하천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환경부는 0.3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정량한계(분석 가능한 최소한의 농도)와 검출한계(검출 가능한 최소량의 차이)에 대해 환경부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8월 23일부터 24일간 부산, 대구, 경남, 경북지역 정수장 10곳의 수돗물을 대상으로 두가지 분석법을 활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을 진행하고 분석 결과 10곳 모두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사진은 낙동강 보 개방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모습. (사진=뉴시스)
 
나아가 낙동강 녹조 현상은 인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까지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마이크로시스틴 관련 검사법과 기준이 없어 정확한 지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 금강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쌀과 배추, 무에서 청산가리 100배 독성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약처는 오는 11월 경에나 낙동강 녹조로 인해 인근에서 키우고 있는 벼·배추·무를 섭취했을 때 인체 유해성를 살피기 위한 검사법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이크로시스틴은 기준 규격이 설정돼 있지는 않다. 녹조 독소라고 하는데 시험법 확립을 위해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라며 "오는 11월 말까지 쌀, 무, 배추에 대한 검사법 모니터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검사법 개발이 11월 경에나 완료되는데 배추는 9~11월 사이, 벼도 9~10월 사이 수확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검사법 개발을 완료했을 때는 이미 농산물이 유통된 이후일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산물과 관련해 지금은 기준을 설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평가하는 시기인 거고, 식약처의 결과에 따라 인근 농가에 대한 긴급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채취·제조·수입·가공·조리·저장·소분 또는 운반되고 있는 식품 등이 위해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거·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국민들의 식탁에 오른 농산물에 대해서는 조치가 어렵다.
 
해수욕 입수 금지와 관련해서도 기준이 없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해수욕장과 해양레저를 관리하는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입수금지 조치 자체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지자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실제 부산 사하구청은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다대포해수욕장에 입수 금지 조치를 내렸다. 12일 다대포해수욕장 내 남조류 세포수는 ㎖당 5~8만개가 발견되면서다. 구청은 남조류 세포 수치가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당 남조류 세포수 2만~10만개)'에 속한다고 판단하고 입수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이는 강제조항이 아닌 임의조치다. '입수자제 권고'는 할 수 있지만 통제는 할 수 없다. 그나마도 레저활동의 경우 해양경찰청에서 '메뉴얼대하고 통제는 하지 않겠다'고 했고, 서퍼들은 입수해 서핑을 진행했다. 
 
사하구 관계자는 "눈으로 보니까 바닷물이 온통 녹색으로 변해서 긴급하게 의뢰했다"며 "보건환경연구원 기준표상 입수 자제 권고 수치가 나왔고 혹시 몰라 강한 조치를 취했는데 근거가 없다보니 통제를 강하게 했다고 항의를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엽합 생태보존국장은 "해수욕 등의 위험성을 관계부처에서 잘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며 "환경부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창근 교수는 "수문을 열면 90% 이상의 녹조가 저감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국은 물 흐르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용윤신·김현주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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