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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에 태양광 수익까지…8년 제한 풀어달라"
영농형 태양광, 협소형 패널·지지대로 작물 피해 최소화
농지 5%만 설치해도 34GW…4800만명 1년 사용 전력
2022-09-04 12:00:10 2022-09-04 12:00: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1일 오후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시설 아래에서 트랙터가 연신 '삑삑' 소리를 내며 추석 햅쌀용 벼를 수확했다. 패널은 지상에서 수미터 떨어져있어 차량이 가장자리 모듈 하부에서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한화솔루션(009830) 한화큐셀 및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날 설치면적 3068㎡, 용량 100㎾(킬로와트)의 기동마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등에서 ‘영농형태양광 미디어 설명회’를 주관했다. 해당 발전소는 지난 2019년 4월에 준공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에 패널을 설치해 농사와 전력 발전을 겸하는 취지다. 논밭을 밀어버리다시피하는 '농촌형 태양광'과는 형식이 다르다. 모듈을 3~5m 높이 지지대 위에 설치하고 패널 크기는 일반 모듈보다 1.5배 작은 '협소형' 형태로 제작해 농사를 덜 방해한다. 협소형은 일반 패널보다 햇볕을 덜 가릴 뿐 아니라, 빗물이 모듈에 덜 고이기 때문에 고인물이 다시 땅으로 떨어질 때 농작물을 강타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일 오후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아래에서 트랙터가 추석 햅쌀용 벼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설치 이후에는 작물 생산량이 줄지만, 부대수익이 더 크다. 농가가 직접 운영할 경우에는 전력 판매비를 직접 얻을 수 있고, 다른 운영 주체에 태양광용으로 농지를 빌려주게 되면 임대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동마을의 경우에는 사회적협동조합이 농가에 비용을 지불하면서 운영 중이었다.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은 "태양광 설치면적인 천평짜리 논에서 설치 이전에 수확했을 경우 수익이 200만원 미만에서 250만원 정도지만, 조합은 농가에 임차료 500만원을 준다"며 "수확량이 20% 줄어도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을 판매해서 얻은 매전 수익은 2020년 3051만원, 지난해 2942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용처는 장학회, 마을회관 도색, CCTV 설치, 길 확장 부지매입 등 건당 100만~800만원 범위의 사업들이다.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영농형태양광 발전 수익을 활용해 마을 공동 CCTV를 설치하고(왼쪽) 마을회관 지붕을 도색하는 모습. (사진=한화큐셀)
 
다른 지역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영남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설치된 영농형태양광 시설 66곳 중에서 작물 수확량이 줄어든 비중인 감수율은 대체로 20% 이하였고, 3곳이 20%를 넘었다. 녹차 2곳 및 포도 1곳 등 3곳은 수확량이 오히려 이전보다 늘었다. 한화큐셀은 벼를 기준으로 했을 때 태양광 설치 이전에는 농가의 연 수입이 240만원이었다가 이후에는 2440만원으로 최대 1016% 증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도의 미비가 영농형 태양광의 발목을 잡는 중이다. 현행법상 영농형 태양광은 짧으면 5년, 최장 8년 내에 철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촌과 업계는 철거 기한을 20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법안의 통과를 바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김승남 의원은 각각 농지법 개정안 및 '영농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 기한을 20년으로 정했고, 위성곤 의원은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서 23년으로 설정했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로 인해 태양광의 고정수익은 20년 기간이 보장돼있고, 한화큐셀은 패널 출력 보증을 30년까지 보장하는 상황이다. 현재 영농형 태양광 시설은 77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울러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설치 비용 지원 △이격거리 기준 조정 △시공 가이드라인 △사후관리 △작물별 감수율·차광률 등 영농의 지속성 확인을 위한 기준 마련 등도 제안했다.
 
이외에 설명회에서는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 제도를 기술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제도 제기됐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2월 협소형 신제품을 출시해 햇빛 투과량을 늘렸다. 또 영남대는 국내와 해외의 실증 사례를 제시하며, 식물이 추가로 광합성을 하지 않는 햇빛의 양인 광포화점의 지속적인 연구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재학 영남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빛을 가렸을 때 잘 자라는 식물, 못 자라는 식물이 따로 있다"며 "이 부분을 잘 연구해서 농민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원과 국내 전력 기업이 2018년부터 실시한 영농형태양광 실증조사에서 녹차의 수확률은 11%, 포도의 수확률은 2% 증가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 2019년부터 실시한 실증조사에서는 녹차의 수확률이 5~21%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농지 면적 총 1만5760k㎢(약 160만㏊)의 5%에만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기가와트)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90%가 넘는 약 4800만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우리나라의 지난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이 4.4GW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8년간 신규로 보급할 수 있는 양에 맞먹는다.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 (사진=신태현 기자)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 유재열 전무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하는 2마리 토끼를 잡는 대책”이라며 “영농형태양광에 적합한 모듈을 제작·공급해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한편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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