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내부 총질' 문자 파문으로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싸움으로 쪼개진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자 공개의 당사자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리더십 한계를 노출, 직무대행 체제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여당이 내부 총질 문자의 후유증을 앓으면서 정작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 돌파 등 민생현안과 정국현안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내부 총질 문자가 유출된 지 엿새가 흐른 31일까지도 정국에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일은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휴대전화가 국회 사진기자단에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사진엔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겼는데, 윤 대통령이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며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달라졌다"고 하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가 이틀 연속 사과를 했고 대통령실도 "격려와 덕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대통령이 집권여당 대표를 불신임한 사상 초유의 사건은 일파만파다.
특히 그간 수면 아래 있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내부 총질 문자에 이 대표가 27일 '앞과 뒤가 다르다'는 뜻의 양두구육이라는 말로 응수하자 윤핵관 중 하나인 이철규 의원은 이 대표에게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미혹하게 하여 속인다'는 의미의 혹세무민이라는 말로 받아쳤다. 이에 이 대표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며 "그간 고생했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한 것 같다.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라고 무시하자 이 의원은 29일 "지도자는 인기에 영합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당대표 취임 전부터 내부 총질에 해당한 언행을 보여온 게 맞다"고 주장했다.
7월29일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상가상 국민의힘은 배현진 최고위원이 29일 최고위원 직책을 사퇴키로 하면서 당 지도체제를 놓고 일대 격론과 내홍이 불가피해졌다. 배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정부 출범 80여일이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국민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사퇴 변을 밝혔다. 특히 "지금이라도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한다"고 강조,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정조준했다. 국민의힘에선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재신임 이야기까지 나온다. 대안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또는 조기 전당대회 등이다.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이후 잠잠하던 당권주자들의 당권도전 셈법 계산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내부 총질 문자 후유증을 앓으면서 집권여당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민생현안과 정국현안에 속수무책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여당 원내대표로서 새정부 민생대책은 지연된 것에 대한 무한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50만호 이상 주택 공급 △1기 신도시 특별법 △GTX 확대 및 조기 착공 △1주택자에 대한 세금 인하 △공시지가 정상화 △분양가 상한제 재검토 등을 약속했다. 규제개혁과 공공요금 인하·동결을 통한 취약계층 지원확대 등에도 힘을 실겠다고 역설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석달이 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것, 인사검증 부실과 비선논란을 빗는 대통령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여당의 숙제.
이에 안철수 의원은 2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인터뷰에서 "만나는 분들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굉장히 큰데, 민생문제 해결하지 않고 권력 투쟁만 하면 그게 좋아 보이겠느냐"라면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의 심판인데, 심판을 의식하지 않고 내 눈앞의 상대만 때려눕히면 된다는 식으로 하다 보니까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27일 한 인터뷰에서 "정권 초반부터 자꾸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기가 힘들다"라면서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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