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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백예린과 더발룬티어스 "문화 저변 확대된다면"
3차례 단독 공연 마친 더발룬티어스 단독 인터뷰
한국 대중음악신 새 항로 개척…"관객들 영향력 다시 느껴"
키네시스 조명 활용 눈길 "모든 곡 설명할 수 있는 무대 미술"
2022-07-27 16:00:00 2022-07-27 1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삶은 재생력, 흙을 뚫고 자라나는 초록의 식물 같은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코로나 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허무를 느끼기 쉬운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 시기 사람과 사람 간 사랑을 배우고, 그것이 우리도 모르게 머릿속 새로운 식물로 자라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25일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 TVT) 멤버들, 백예린(보컬·기타), 고형석(베이스기타·프로듀서), Jonny(기타), 김치헌(드럼)이 말했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성공적으로 치러 낸 이들이다.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록의 심장’ 런던 한복판에서 울려 퍼져도 딱히 이질감이 없을 사운드로, 이들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신에서 분명한 새 항로를 개척 중이다. 지난해 셀프타이틀 앨범으로 정식 데뷔해 대중과 평단(‘2022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음반 후보)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간 코로나19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제한된 무대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함성 금지와 좌석 제한의 시기를 이겨온 긴 기다림의 시간... 이번 공연으로 2800석 규모(스탠딩 포함)를 전석 매진시켜, 3일 간 약 1만여명 규모의 관객들과 만난 이들은 본보 기자와의 대화에서 “결국 공연이라는 건 그것을 즐겨주는 분들의 영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고 했다.
 
“저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이렇게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 실제로 느끼고 보니 더 그들의 자유의지를 불태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백예린)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공연은 백예린 특유의 서정으로 공허와 허무로 얼룩진 우리 시대의 파란 자화상을 깊게 끌어안으면서도, 해외 록 밴드 공연처럼 다이나믹을 오가는 연출들이 특기할 만 했다.
 
암전된 상태에서 최근 발표한 신곡 ‘New Plant’를 첫 순서로 연주했다. 공허와 허무, 그럼에도 희망을 꿈꾸는 상징어 '식물'은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우리의 잔상 같다. 고요한 피아노 타건이 여름날 애달픈 윤슬처럼 손짓했다. 라이드 심벌과 미성이 일으키는 진한 음(音)의 페이소스... 
 
그러나 ‘Pinktop’,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Crap’... 이내 가세하는 지글거리는 기타 리프 덩어리들, 45도로 기울어져 있던 키네시스(Kinesys) 조명 장비가 비행물체처럼 평형으로, 다시 또 다른 각도로 전환하며 조명과 색감을 바꿔갈 때, ‘아…’ 하는 탄성이 자연히 나왔다. 
 
키네시스 모터 기술을 활용한 조명 장비는 최근 넬 등 규모있는 록 밴드의 공연에서 활용하는 장치다. 다만 이들은 장치의 움직임을 비교적 절제시켰는데, “어느 특정 곡이 두드러지지 않도록, 즉 모든 곡을 설명할 수 있는 무대 미술로 존재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곡별 집중도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명에 대한 변주와 실험, 미장센이 돋보였던 무대는 이들의 라이브를 분명 특별하게 느껴지게 했다. 
 
밴드 더발룬티어스. 왼쪽 뒤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형석, Jonny, 김치헌, 백예린. 사진=블루바이닐
 
‘Radio’, ‘Violet’, ‘S.A.D’... 그리고 마지막 무렵 그런지, 얼트적인 느낌의, 잼식으로 쌓아올린 신곡 ‘Hypocreep’에서 백예린의 비명이 객석을 바다처럼 가를 때 생각했다. ‘국내에도 새 물결이 일 수 있지 않을까. 그저 록이라는 장르로.’ 
 
공연 시작 전 틀어준 음악들도 인상적이었다. Arcade Fire, The Cure, Kent, Pulp, Velvet Underground & Nico, Beatles ... ‘록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선곡들. 이날 공연 중에는 데이비드 보위 ‘Space Oddity’, 리처드 샌더슨 ‘Reality’, 마돈나 ‘Material girl’ 같은 대중음악의 오랜 유산들을 더발룬티어스식으로 편곡해 들려주기도 했다.
 
때론 이런 과정이 공연과 관객을 매개하며 음악의 다양성, 문화 저변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까.
 
“아직까지는 예린이의 개인 활동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는 팬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분들에게 조금은 더 저희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이 되는 음악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었고, 그게 또 각자의 취향이 되어서 거창하게는 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고형석)
 
지난 15~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총 3회 차 단독 공연 ‘디스 이스 티비티 클럽(This is TVT Club)’을 치룬 록 밴드 '더 발룬티어스'. 사진=블루바이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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