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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사는 돌고래①)"수족관 나가려면 죽는 게 빨라"
국내 수족관 6곳, 돌고래 22마리 사육
수명 40년…수족관에서 4년만에 폐사
"인위적 사육·쇼공연 더 이상 안돼"
2022-07-27 06:00:00 2022-07-30 13:44:14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수족관 속 돌고래들의 폐사가 잇따르고 있다. 원인은 알 수 없거나 병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울산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모두 37마리로, 지난해에만 5마리가 죽었다.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가 왜 4년만에 수족관에서 죽어나가야 하는지 제도적 문제점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고래에게 수족관은 감옥입니다. 평균 수명이 40년인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는 겨우 4년 밖에 살지 못합니다."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매번 고래가 등장한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 우영우는 고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까지 잡는다.
 
그러나 그토록 좋아하는 고래를, 우영우는 실제로 본 적도 없다. 수족관에 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지만, 우영우가 보고 싶어하는 고래는 수족관에 갇혀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가 아니라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가면 삼팔이, 춘삼이, 복순이가 아기 돌고래들과 함께 헤엄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족관에 붙잡혀 돌고래 쇼를 하다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입니다. 언젠가는 꼭 보러 갈 겁니다."
 
드라마는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는 하지만, 우영우의 대사처럼 수족관 돌고래가 제주 바다로 돌아간 사례는 있다. 2009년 제주 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다시 방사됐다.
 
방사에 앞서 2012년 제주지방법원은 제돌이를 불법 포획했던 업체를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에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돌이를 방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해 국토교통부는 남방큰돌고래 등 해양동물 8종을 보호대상으로 분류하면서 포획 금지 조치를 강화했다. 제돌이는 바다로 돌아간 이후 최근까지 제주 서귀포 대정읍 앞바다에서 무리들과 헤엄치며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해양생물단체에 의해 포착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난 5월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 6곳 수족관 고래 22마리의 바다 방류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제돌이 방사는 공론화로 인한 성공 사례일 뿐, 국내 수족관 돌고래가 모두 방사된 것은 아니다. <뉴스토마토>가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는 26일 기준 총 6곳 수족관에 22마리가 있다. 제돌이와 같은 종인 제주 토종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물론 일본 다이지 지역에서 포획된 큰돌고래와 러시아에서 수입된 벨루가 등 총 3종류가 전시· 공연·연구·체험을 이유로 수족관에 남아있다.
 
수족관별 현황은 △제주 퍼시픽랜드에 남방큰돌고래 1마리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 큰돌고래 4마리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큰돌고래 4마리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벨루가 1마리 △거제 씨월드에 큰돌고래 8마리·벨루가 3마리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벨루가 1마리 등이다.
 
그러나 수족관 돌고래는 매년 평균 4~5마리가 폐사하는 추세다. 2019년 4마리, 2020·2021년 각 5마리가 수족관에서 죽었다. 최근 10년 추세로 봐도 매년 평균 3마리 씩 죽어나갔다. 동물단체에서는 오죽하면 '돌고래가 수족관을 나가려면 방사보다 폐사가 빠르다'는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불법 포획이든 수족관에서 태어나든 야생동물은 생태에 대한 습성과 본능이 반려동물과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에 신체·정신적인 고통이 원인이 돼 폐사할 수 있다"며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야생동물을 사육하거나 쇼를 못하도록 하는 입법을 지속적으로 청원하고 있고 환경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씩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13일 제주 서귀포 대정 앞바다에서 등지느러미에 ‘1’이 찍힌 제돌이가 헤엄치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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