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외계+인’ 김우빈 “현장에서 느끼는 행복함 너무 소중했다”
“항암 치료 거의 끝날 쯤 최동훈 감독 연락 받아…복귀 당연히 감독님 작품”
“가드, 임무를 위해 존재·기계적 느낌 강조…최대한 ‘드라이’ 표현하려 노력”
2022-07-26 01:00:02 2022-07-26 01:0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7 5월쯤이었다. 당시 김우빈은 정말 한창 잘나가던 방송가 영화계 최고 스타 중 한 명이었다. 모든 작품이 기획되고 투자가 되면 0순위로 김우빈의 출연 섭외가 이뤄질 정도였다. 당시 김우빈은 그 정도였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에 걸렸다고. 이름도 생소한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시 최동훈 감독의 도청제작이 눈 앞에 다가왔었다. 김우빈은 이 작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갑작스런 암 진단에 모두가 멘붕이었다. 우선 김우빈은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최동훈 감독은 도청제작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다른 배우로 교체 후 제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도청은 김우빈이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는 건강하게 투병 생활을 마치고 복귀했다. 활동 중단 전 함께 하기로 했었던 최동훈 감독 신작 외계+을 통해서다. 김우빈은 활동 중단 당시 만약 복귀한다면 무조건 그리고 당연히 최동훈 감독 작품으로 할 것이다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었다고. 그리고 그 기회가 왔다. ‘외계+속 김우빈의 존재는 그렇게 시작했다.
 
배우 김우빈.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김우빈은 외계+에서 1부의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인물 가드로 출연한다. 그는 스크린상에선 가드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프로그램이자 또 다른 소형 로봇 썬더 1 2역을 연기했다. 평소에는 썬더는 배우 김대명이 목소리 연기를 대신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썬더가 가드의 모습으로 변신을 해서 김우빈은 적게는 1 2, 많게는 1 4역까지 했었단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가물거리는 데, 아마 비인두암 치료가 거의 끝나고 한 참 뒤 회복 과정에서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고 출연을 결정했었어요. 뭐 원래 감독님의 도청이란 작품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기에 제가 복귀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감독님 작품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연락을 해주셨고, 당연히 감독님 작품으로 하는 게 맞는 거고. 그래서 작은 배역이라도 주세요라고 말씀 드렸죠(웃음)”
 
당시 최동훈 감독과의 통화에서 작은 배역이라도 주시면 제가 해보고 싶다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그때 최 감독은 당연하게도 가드배역을 제안했다고. 참고로 최 감독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김우빈이 연기한 가드가 그의 출연 결정 전까진 그렇게 큰 배역이 아니었단 점을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김우빈이 출연을 결정한 뒤 가드의 비중이 올라가면서 전체 흐름도 조금은 다른 방향성을 띄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배우 김우빈.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뭐 저 때문에 시나리오를 수정하셔서 제 배역을 높여 주셨다고 생각하진 않아요(웃음) 그냥 저도 작은 배역이라고만 말씀 드렸는데 그럼 가드가 있는데라고 하시면서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한 달 뒤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그때 설명보다 비중이 너무 많은 거에요. 거의 주인공에 가깝더라고요. 되게 놀랐으면서도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었어요.”
 
외계+촬영 전 이미 방송에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방송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시기상으론 외계+촬영이 더 먼저였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에도 김우빈은 외계+첫 촬영 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의 공기 내음 흐름 공간의 느낌까지. 천상 배우로서 그렇게 꿈꾸던 순간을 다시 마주한 상황이 너무도 즐겁고 가슴 벅찬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오랜 투병 생활 뒤 맛본 현장의 느낌은 너무도 달콤했을 듯하다.
 
너무 좋았고 너무 행복했어요. 아직도 생생해요. 현장에 나갔을 때 모든 스태프들이 날 바라봐주는 눈빛이 너무 따뜻했어요. 몇몇 분들은 환영한다고 진짜 박수를 쳐주기도 했고요. 진짜 제가 감동한 것도 있었지만 절 위한 그분들의 마음 씀씀이가 오롯이 느껴져서 정말 울컥 할 뻔 했어요. 그날 사실 굉장히 추웠는데 모든 분들의 그런 마음 씀씀이 때문에 세트장이 되게 후끈거리는 느낌이었던 것도 생생히 기억나요. 세트에 들어서니 진짜 돌아왔네싶었죠.”
 
배우 김우빈.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아프지 않았다면 이 순간의 소중함을 몰랐을 것 같았단다. 아프고 나서 보니 모든 순간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다가왔다고.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모든 스태프들의 배려가 김우빈을 더욱 더 채찍질하게 만들었다. 특히 자신의 하차로 작품 자체의 무기한 제작 연기를 선언한 최동훈 감독의 배려는 외계+이후라도 무조건 다시 꼭 차고 넘칠 정도로 갚을 생각이란다. 현장에서 최동훈 감독의 배려는 그걸 잊지 않게 해줬다고.
 
우선 감독님은 저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하시고 나면 저 멀리 모니터 앞에 계시다가 배우들 앞으로 전력질주를 해서 달려오세요. 그걸 매번 그렇게 하세요. 어떻게 하면 배우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그것만 고민하시는 분이세요. 1년이 넘는 촬영 기간 동안 너무 고생하셔서 허리와 무릎이 실제로 되게 안좋으신데 걱정도 많이 됐죠. 감독님과 한 번 작업을 해보면 반드시 알게 되요. ‘이래서 최동훈 최동훈 하는구나라고.”
 
영화 자체가 워낙 비밀과 스포일러가 많기에 자세한 언급을 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가 설명할 수 있는 부분 안에서 언급한 가드는 이런 지점이 많은 인물이었다. 우선 김우빈은 1 2역에서 4역까지 극중에서 연기를 한다. 그리고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기 보단 뭔가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를 많이 내뿜는다. 하지만 적절한 지점에선 넘치는 인간미도 보여준다. 파트너 썬더와의 호흡이 찰떡이다 정도다.
 
배우 김우빈.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가드는 임무를 위해 존재는 그래서 상황에 신경을 쓰기 보단 임무에만 충실한 기계적인 느낌이 강한 캐릭터에요. 굉장히 외롭게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하지만 다른 부분은 생각 안하고 최대한 드라이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전 개인적으로 썬더가 더 귀여워서 매력적이기도 했어요. 1 4역 장면에선 다양한 모습의 썬더가 나온다란 지문만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를 하면서 서로 다른 4명의 썬더를 구현해 봤죠. 특히 내부적으론 영화를 보시면 등장하는 분홍색 수트를 입은 썬더를 우린 낭만 썬더라고 불렀어요. 제 개인적 성격과도 가장 맞는 인물이었고.”
 
워낙 방대한 얘기이기에 해야 할 말이 정말 많았지만 이걸 밝히면 이런 스포일러가 되고 저걸 언급하면 또 그에 따른 스포일러가 공개될 위험이 있어서 인터뷰 동안 멋쩍은 웃음만 서로 주고 받았다. 그는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마음 가짐을 묻는 질문에는 분명 달라진 게 있다고 전했다. 확실하게 5년 전의 김우빈과 지금의 김우빈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배우 김우빈.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하는 일을 더 즐기면서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뭐랄까. 항상 미래만 바라보면서 살았어요. 매번 내 미래를 위해 채찍질을 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는 법을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인터뷰하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요. 지금 이 순간 내 옆에 있는 모든 것에 더 집중하려고요. 지난 주 화요일이었어요. 항암 치료 딱 5년 째 되는 날이었는데, 교수님이 너무 건강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젠 순간 순간에 집중하는 행복을 배운 것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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