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태리는 좀 그리고 약간, 나아가 상당히 꽤 많이 특이하다. 이 많은 수식어의 중심이자 핵심은 바로 ‘꾸밈이 없다’는 점이다. 연기할 때도 그렇지만 연기를 하지 않을 때, 즉 카메라 렌즈 밖에서의 김태리 모습이 진짜 김태리란 여배우의 매력을 단적으로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거침이 없고 때론 필터링이 없는 언변에 인터뷰어로선 때론 많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이 여배우의 매력이라면 이건 도대체 찾아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대체 불가 영역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연출자들이 그와의 작업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국내 상업 영화계 최 정점에 서 있는 최동훈 감독도 김태리의 연기를 보고 넋을 빼놓을 뻔했단 게 한 두 번이 아니니. 정확하게 말하면 김태리의 액션을 보고 있으면 황홀하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최 감독이 무려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외계+인’에서 김태리는 정말 누구보다 멋진 슬로우모션 속 슬라이딩 장면으로 흡사 발레는 하는 것처럼 액션을 선보인다. 고려시대 복장을 한 김태리의 펄럭이는 도포 자락을 보고 있으면 최 감독이 느낀 ‘황홀경’이 상당 부분 이해는 된다. 김태리의 매력은 그래서 이런 점인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본인도 그걸 알까 싶었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김태리에게 ‘외계+인’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김태리가 연기한 ‘외계+인’ 속 배역 ‘이안’은 정말 괴이한 캐릭터다. 고려 말 일명 ‘천둥을 쏘는 처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한 손에는 손목시계를 차고 또 다른 손에는 권총을 들고 나쁜 놈들을 향해 쾅!쾅!쾅! 총을 쏜다. 이 소리가 흡사 ‘천둥’ 같다고 해서 고려 시대에 ‘천둥을 쏘는 처자’란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고려 시대에 사는 여자가 권총을 들고 또 손목시계를 차고 있단다. 도대체 무슨 설정이 이런가.
“하하하, 저도 그랬어요. 이게 도대체 뭐지? 이게 말이되? 근데 또 읽어보니 되게 재미있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제가 시나리오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재미’에요. ‘재미가 있나 없나’가 제일 중요한데. 그게 너무 차고 넘쳤어요. 너무 많은 인물들이 결국 다 관계를 맺고 마지막에 한 공간에 모인다는 설정. 재미가 없을 수가 없었죠.”
최동훈 감독은 국내에서 가장 흥행 타율이 높은 연출자 가운데 한 명이다. 또한 상상력이란 범주 안에서 가장 독보적인 창의력을 보유한 연출자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대중들은 물론이고 배우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높은 연출자 가운데 또한 독보적이다. 김태리는 그런 최동훈 감독의 캐스팅 제안에 두 말이 필요 없었다고 웃었다. 참고로 ‘외계+인’과 같은 스타일의 얘기는 개인적인 취향과는 사실 거리가 멀었다며 웃는다.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솔직하게 말씀 드리면 사실 저 이런 얘기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웃음). 근데 최동훈 감독님이잖아요. 그리고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읽어보니 너무 황당하면서도 재미가 있었어요. 이런 기회를 그냥 흘려 보내기엔 너무 아깝단 생각만 들었어요. 그리고 약간 두려웠던 게 바라던 감독님의 출연 제안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왔단 것이었죠. 어마어마한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되게 겁도 났었죠.”
김태리란 배우 자체의 매력도 높았지만 그는 묘하게 끌리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앞서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 ‘승리호’에서도 그는 해적선의 여자 선장으로 출연했다. 이번에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요소가 뒤죽박죽 섞인 상태에서 다시 한 번 김태리에게 메인 타이틀롤이나 다름 없는 배역인 ‘이안’ 캐릭터 제안이 들어가게 됐다. 단 두 편이지만 김태리에겐 ‘장르 개척자’란 별명도 이제 제법 어울릴 정도다.
“제가 좀 생긴 게 정의로워서 그런가(웃음) 하하하. 제 생각에 모든 영화는 히어로 장르에요. 히어로는 언제나 싸워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제가 그런 장르 분위기에 잘 맞는 얼굴을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제가 ‘아가씨’의 숙희가 된 것도 그냥 이렇게 생겨서 된 것도 있었죠. 당시에도 박찬욱 감독님이 ‘연기는 내가 만들면 돼’라고 생각하셨던 것도 있으신 것 같고. 배우에게는 이미지도 상당히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제가 장르를 개척할 만한 생김새가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극중 ‘이안’은 김태리 본인과는 꽤 거리가 있는 캐릭터였단다. 그는 ‘외계+인’ 촬영 전까진 상당히 오랜 시간 회피형 인간으로 살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무엇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 온다면 도망을 치는 스타일이란다. 때론 잠을 자기고 하고. 그럼 뭔가 흐릿해지는 느낌이 들고. 그걸 반복하다 보면 그 무엇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하지만 ‘이안’은 전혀 달랐단다.
“정말 그런 방식을 전 개인적으로 반복하면서 지냈어요. 그렇게 하면서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를 옅게 해서 다음을 밟아나갈 힘을 얻는 스타일 같았어요. 그게 김태리의 스타일이라면 이안은 절대 도망치지도 회피하지도 않더라고요. 그냥 ‘옳다’ 생각하면 설사 내가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그쪽으로 달려가더라고요. 그런 점이 저와 너무 달라서 오히려 제가 더 끌렸던 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최동훈 감독은 현장에서 배우들의 영역을 최대한 많이 보장해 주는 연출자로 유명하다. 그래서 배우들이 자신의 영역 안에서 다양한 애드리브를 펼치며 얘기와 인물의 유기적 관계와 맛을 살리는 쪽을 택하는 연출자다. 이걸 국내에서 가운데 가장 잘하는 연출자 가운데 한 명이 최동훈 감독이기도 하다. 김태리는 직접 경험해 본 다른 거장 연출자들과 최동훈 감독의 차이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최동훈 감독님 현장은 뭐랄까. 되게 둥글둥글해요. 우선 ‘아가씨’때는 모든 게 딱딱 정해져 있었어요. 그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잘 따라가면서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제 것만 노력하기만 하면 됐죠. 근데 최동훈 감독님 현장은 둥글둥글하다 보니 뭘 해도 둥글둥글 넘어가게 되요. 그건 쉽다는 말이라기 보단 배우적 영역이 더 넓어진 거죠. 예전에는 내 것만 보였다면 여기선 나와 관계된 모든 게 다 보여요.”
총 5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영화가 바로 ‘외계+인’이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는 1부다. 워낙 얘기가 방대하다 보니 국내 영화에선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하나의 얘기를 둘로 쪼개서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1부에 대한 평가는 사실 호불호가 많다. 이건 김태리도 예상을 했단다. 너무 많은 인물 그리고 너무 많은 설정이 등장하다 보니 따라오는 게 조금 버거울 수도 있을 듯하다고.
배우 김태리. 사진=매니지먼트 mmm
“1부는 모든 인물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그 인물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사건을 만들어 내는지. 모든 걸 설명해야만 하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이 설명은 정말 2부까지 보시고 나면 반드시 필요했단 걸 아실 수 있을 거에요. 진짜 장담하는 데 2부가 훨씬 재미있어요. 그렇다고 1부가 재미 없단 게 아니에요. 1부를 보시고 그 정보를 밑바탕으로 2부를 보시면 정말 아주 재미있는 ‘외계+인’과의 시간이 되실 겁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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