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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급등세 숨고르기…"환율 동향 변곡점, 안심은 일러"
이달 15일 정점 찍은 이후 줄곧 1310원대 수준 형성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무게…옐런 방한도 환율 진정에 영향
러시아 가스관 리스크 해소에 유로화 상승도 한몫
하지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 불가피…"환율 상승 이어질 듯"
2022-07-25 04:00:00 2022-07-25 04: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달 말부터 줄곧 연고점을 경신하며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이는 지난 19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한 이후 한미 간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가스관 재가동 등 리스크 완화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환율 진정 국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들 위협 요인의 변수가 여전히 큰 데다, 환율이 여전히 위험 수위인 1310원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또 오는 26~27일 미국의 정책금리 발표로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점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1307.7원) 대비 5.3원 오른 1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거래일 만에 반등세로 환율은 지난 18일 이후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반등세를 보이긴 했지만 환율은 종가 기준 올해 연고점을 찍는 이달 15일에 비하면 아직 10원 이상 낮다.
 
이날 달러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에 따른 유로화 강세와 경제 지표 둔화로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1일(현지시간) 전장보다 0.47% 빠진 106.455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의 9.1% 상승에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단번에 1%포인트까지 올리는 '울트라 스텝' 단행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며 급등한 바 있다. 당시 환율은 1326.1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연준 내 매파적 인사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가 7월 1%포인트 인상보다는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에' 무게를 뒀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급격한 금리 인상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 울트라 스텝 단행 우려가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진정세로 접어들었다.
 
옐런 장관의 방한도 환율 진정에 영향을 줬다. 이날 한미 양측은 외환 시장 협력에 합의하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특히 한·미 통화스와프 합의에 대한 직접적 논의는 없었지만 유동성 공급과 관련한 협의에 나서겠다고 합의한 점이 시장 기대감을 키웠다.
 
아울러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을 재가동하면서, 유로화가 상승하고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 점도 한몫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단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고 통화스와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고 있다"며 "유가 급등 등 큰 변수가 없다면 환율이 급격히 오르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율 상황에 대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이달 말 미국 연준이 사실상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했기 때문에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도 초읽기에 다가온 상황이다. 종전과 같은 환율 급등세는 재현되지 않을 수 있어도, 상승 흐름 자체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은 불가피하다"며 "게다가 최근 국내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원화 평가 절하가 이뤄진 상황이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300원대를 넘어 1400원대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달 2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1307.7원) 대비 5.3원 오른 1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의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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