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거단지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율 완화를 골자로 한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 처분 압박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과세체계를 주택 수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함에 따라 가액이 낮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수혜를 볼 수 있어서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으로 대출 규제와 이자부담이 높은 만큼, 거래 활성화는 제한되고 시장 관망세는 이어질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지표에 하방압력이 커진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 시장 정상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첫 부동산 정책인 ‘6·21 임대차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거래절벽도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출범과 동시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되살리기엔 쉽지 않은 모양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8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하락하며 전주(-0.03%)보다 낙폭이 커졌다. 서울 집값은 전주의 –0.04%에서 –0.05%로 떨어지며 지난 5월30일(-0.01%) 이후 8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값이 0.05% 내려간 것은 2019년 5월6일(-0.05%)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던 용산구와 강남구는 각각 -0.02%를 기록하며 지난주보다 0.01% 포인트씩 더 빠졌다. 같은 기간 수도권과 지방은 각각 0.06%, 0.03%로 일주일 새 0.1%포인트 떨어졌다. 전국·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1주 연속 하락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매수 수요 감소로 매물 적체가 지속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하방 압력이 높아진 결과다. 잇단 부동산 정책에도 시장 정상화는 요원한 셈이다.
(표=한국부동산원)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수도 10년 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구입으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매매)를 신청한 매수인은 총 16만8468명으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70%에서 80%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금리 인상기조와 대출규제에 따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약 시장에도 온기가 돌지 못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719가구로 전월(688가구) 대비 4.5% 뛰었다. 미분양주택은 2019년3월(770가구)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4개월째 오름세다. 다주택자 매물 처분 효과도 크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달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16.16으로 전월(16.148) 대비 0.074% 상승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로, 해당 지수 값 증가는 다수의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의 비율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하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거래 절벽을 깨기는 아직 어려운 셈이다.
시장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낮아지면서 매물 증가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매수심리가 위축된 만큼 다주택자가 급격히 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어 매물 압박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최근 금리 인상과 집값 조정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돼 집값 하락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똘똘한 한채 보유심리는 다소 둔화될 수 있다"면서도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불이익은 줄었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현재 취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고, 양도세 중과세도 내년 5월까지 한시적 감면이기 때문에 기존 1주택자가 한채 더 구매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도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유주택의 가격이 아닌 주택수로 차별하던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똘똘한 한 채 선호는 고가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과 가격 고점인식, 경기 위축, 거래 관망 등 주택시장의 하방압력이 높은 상황이라 보유세 부담이 낮아졌다 해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거나 거래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면서 "이미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 중 종부세 부담을 이유로 급하게 증여하거나 매각을 결정하지 않아도 될 시간을 벌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조정대상지역내 다주택자라면 내년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가 종료될 시점까지 매각을 결정해도 된다"라며 "수도권의 교통망 확충지, 신축주택 부족지, 자족 등 업무지구 인접 주택은 이번 종부세 경감으로 매각보다 보유로 돌아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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