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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로시스, 예견된 하한가…저렴한 3자 유증에 '오버행' 현실화
거래재개 위해 무리한 자금조달…피해는 주주 몫
3거래일 만에 시가총액 절반 '뚝'…투자조합의 대량매도
유증 발행가, 거래정지 전 주가보다 73% 낮아
2022-07-15 06:00:00 2022-07-15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3년 만에 거래가 재개된 비츠로시스(054220)가 거래재개 첫날부터 하한가를 기록한 원인이 거래정지 기간 진행한 저렴한 3자 배정 유상증자 때문으로 확인됐다. 3자 배정으로 진행한 유증 인수인이 시장에 물량을 한 번에 출회한 것인데, 일각에선 비츠로시스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츠로시스가 유증 과정에서 자사의 기업가치를 거래정지 직전 시가총액의 3분의 1도 안 되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거래재개 첫날 단일계좌 대량매도…주체는 투자조합
 
(그래픽=뉴스토마토)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비츠로시스 거래재개 첫날 단일계좌에서 158만6569주의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당일 전체 매도 물량(710만8684주)의 22.32%에 달하는 물량으로 비츠로시스 발행주식총수의 6.31%에 달하는 물량이다.
 
대량의 매도세가 몰리면서 비츠로시스 주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거래재개 첫날(12일) 29.96% 급락한데 이어 13일에도 20% 가까이 빠졌다. 거래재개 3일만에 비츠로시스의 시가총액은 저래정지 직전(1427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해당 매도물량은 지난해 비츠로시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케이클라비스 메타 세컨더리펀드 제일호’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비츠로시스의 경우 지분 6% 이상으로 보유한 주주는 △우수정기와 △케이클라비스 조합 △모네타자산1호 △모네타자산2호 그리고 최대주주인 △브이에이치1로 5개 법인뿐이다. 이중 모네타자산과 브이에이치1은 현재 보유지분에 대한 의무보유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6% 이상의 지분매도는 우수정기와 케이클라비스 조합 두 곳만이 가능한데, 우수정기는 최대주주인 브이에이치1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비츠로시스 지배주주에 해당한다.
 
비츠로시스 관계자는 “우수정기는 사실상 지배주주로 우수정기에서 지분매도가 나왔다면 회사에서 해당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우수정기의 지분매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거래재개 첫날 매도 물량이 케이클라비스 조합에서 출회됐다는 의미다.
 
오버행은 예견됐다…거래정지전 시가보다 73% 낮은 발행가
 
(표=뉴스토마토)
 
이에 일각에선 비츠로시스가 회사의 가치를 일부러 낮게 평가하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재개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투자유치를 위해 고의로 기업 가치를 낮추면서 기존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케이클라비스 조합은 비츠로시스의 거래가 정지됐던 지난해 6월15일 비츠로시스의 30억원 유증에 참여, 200만주(지분 7.95%)의 주식을 배정받았다. 당시 발행가액은 1500원으로 거래정지 직전 비츠로시스 종가인 5439원(무상감자 감안)보다  72.42% 낮은 가격으로 결정됐다. 즉, 케이클라비스 조합은 비츠로시스의 거래가 재개되는 순간 3배가 넘는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비츠로시스가 이처럼 발행가액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유증이 거래정지 기간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통상 유증의 발행가액은 해당 기업의 평균 주가에서 10% 할인된 가격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시가가 없는 종목에 한해 권리내용이 유사한 다른 상장법인의 주식의 시가 및 시장 상황으로 고려해 결정할 수 있다.
 
유증 당시 할인율을 제외한 비츠로시스의 1주당 가치는 1616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결국 회사가 자사의 가치를 비츠로시스의 거래정지 직전 시가총액(1427억원)보다 71.48% 낮은 407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거래재개 위해 무리한 자금조달…피해는 주주 몫
 
비츠로시스가 이처럼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것은 빠르게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고 거래를 재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비츠로시스는 자본잠식 및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지난 2019년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비츠로시스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9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후 비츠로시스는 3차례의 감자와 8차례의 유상증자, 1차례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대부분의 유증은 ‘자본재공제조합’이나 최대주주 등을 통해 이뤄진 만큼,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를 벗어났다. 그러나 케이클라비스 조합을 통해 진행된 유증이 한번에 시장에 출회되면서 오버행이 현실화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낮은 발행가액)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증 잠여자 입장에선 거래 재개 직후 큰 차익을 남길 수 있지만, 낮은 발행가액으로 발행된 신주가 시장에 풀리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그만큼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주 인수자의 차익 실현으로 매도에 수급이 몰리게 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츠로시스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들어온 케이비클라비스는 지난 6월 의무보유 기간이 종료됐다”며 “개개인의 매수·매도는 회사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가액 산정은 증권발행 규정에 맞춰 외부전문기관의 평가를 받아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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