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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노조 바뀌자 파업…한국타이어에 생소한 '노조 리스크'
1노조 한국노총→민주노총
쟁의행위 가결로 파업권 얻어
원자재값·물류비 상승에 노사갈등까지
2022-07-14 13:57:10 2022-07-14 13:57:1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58년간 무분규 노사관계를 이어왔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이하 한국타이어)의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치솟은 물류비와 원자재 가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한국타이어지회는 쟁의행위에 대한 일정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외관.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오랜 기간 노사갈등이 없는 회사로 유명했다. 올해 한국타이어 제1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에서 민주노총 소속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그동안 한국타이어를 대표했던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고무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고무노조) 소속이었다. 노사 임금협상은 이들이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조합원 94%가 찬성해 1962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 총파업까지 벌였음에도 조위원장 직권처리로 끝내면서 노조원들의 탈퇴가 이어졌다.
 
신현택 전 한국타이어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임금 6% 인상, 성과급 500만원, 타결금 200만원에 합의했다. 파업 24일 만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직권으로 매듭지었다. 이를 두고 노조 내부에선 강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결국 파업을 주도했던 신 전 위원장은 해임됐다.
 
고무노조에서 나온 조합원들은 금속노조로 이동했고 700여 명에 불과하던 한국타이어지회는 전체 조합원 4300여 명 중 2400여 명으로 늘어 제1노조가 됐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타이어업계에선 금호타이어가 최고 강성노조로 꼽혔는데 한국타이어 제1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으로 바뀌면서 강성 성향을 띠고 있다"며 "한국타이어 입장에선 그동안 노조 리스크를 겪어 보지 않아 생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지회가 파업을 벌일 경우 한국타이어의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올해 1분기 한국타이어는 연결기준 매출액 1조7906억원, 영업이익 126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2.2% 줄었다.
 
전기차 전용 초고성능 타이어 '벤투스 S1 에보3 ev'.(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늘어난 물류비가 꼽힌다. 타이어는 컨테이너선으로만 운반이 가능하다. 컨테이너 운임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에 폭등한 상황이다. 한국타이어는 해운 운임비용이 2020년 2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500억원을 지불했다. 올해는 약 1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한국타이어는 예측했다.
 
합성고무와 카본블랙의 원재료인 유가 상승도 원가 상승을 부추겼고 결국 가격인상을 단행했지만 운임과 원재료값 상승 폭을 다 반영하지는 못했다는 게 한국타이어 측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경쟁력을 강화하며 실적 개선을 위한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 폭스바겐 ID.4 등 글로벌 전기차에 신차용 타이어(OET)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유럽시장에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을 론칭했다.
 
다만 현대차(005380)와 관계는 풀어야 할 숙제다. 제네시스 라인업 신차용 타이어는 수입 브랜드가 공급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에 OET를 공급하면 타이어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교체용 타이어(RE)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가 품질을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과 국산 타이어 업계의 관계가 틀어진 것이 아니라 현대차그룹 타이어 평가요소에서 아직까지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브랜드와 비교해 기술적인 우위를 가져가는 것은 물론 영업능력도 키우면서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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