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정부 급여보상 체계부터 돌아봐야
입력 : 2022-07-04 06:00:00 수정 : 2022-07-04 06:00:00
고용노동부는 지난 23일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 규범과 관행으로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이후 다양해진 근무 형태 등 새로운 변화에 부응하기 어렵다는 진단에서였다. 따라서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고용노동 시스템을 현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정부 취임과 함께 ‘노동시장 개혁’이 과제로서 등장하더니, 노동부가 드디어 앞장서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과제로 주 52시간 근무제와 기업의 호봉제 등 연공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IT와 SW 등 새로운 산업이 발달하고 기업별·업종별 경영 여건이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이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내용들이 두루 들어있다. 자칫하다가는 1주일에 92시간 근무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대통령과 노동부 장관 사이에 조율되지 않은 방침이 확정된 정책인 양 발표된 셈이다. 이에 대통령실이 황급하게 연이틀 해명에 나서야 했다. 그런 모습 자체가 불신을 사기에 부족하지 않다.
 
직장인 모두가 무조건 9시 출근해서 저녁 6시만 되면 퇴근하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근무 방식은 새로운 사회 변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그렇지만 자칫 잘못 건드리면 노동자들이 밥 먹듯이 야근하고 만성적인 과로에 파묻혀 살게 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따라서 함부로 건드리기 어렵다. 윤 대통령도 이런 문제를 알기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해를 보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아닌 게 아니라 노동부도 ‘야근송’을 만들어내는 등 직잡인들의 만성적인 야근체제 부활을 용인하는 듯하다. 이쯤 되면 노동부인지 경영자총협회 자매기관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본말전도의 자세는 ‘임금체계 개혁’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근무연수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급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 노동부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 과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많은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연봉제가 폭넓게 도입되고 호봉제가 약해지고 있다. 직급도 단순해지고, 호칭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영업 성적이 우수한 사원들에게는 특별한 성과보상제가 적용되는 곳이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사원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IT 개발자를 비롯한 일부 직무종사자들에게는 더 많은 급여가 지급되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역사가 길지 않은 중견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물을 마시며 크기 때문에 호봉 중심의 기존 급여체계는 거의 안중에 두지 않는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가 나서지 않아도 말이다.
 
이럴 때 정부는 민간기업의 급여 체계에 나름의 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더 개입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정부가 새로운 급여 보상 체계 도입에 가장 후진적이 아닌가 돌아와 봐야 한다.
 
이를테면 공무원은 들어가면 거의 평생 걱정 없이 근무하다가 일정한 연한이 되면 승급된다. 사무관은 일정 기간 무사히 근무하면 서기관으로 오른다. 과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그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민간기업에서는 사실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이사관은 무엇이고, 부이사관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노동부는 지금 정부의 낡은 호봉제를 버리고 새로운 급여 보상 체계를 마련할 수 없는지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급여 보상 주무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문제라고? 그렇다면 노동부는 해당 부처나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등에게 개편 필요성이라도 제기하면 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기업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하것이 일을 진행하는 순리라고 할 수 있다.
 
노동부가 지금 추진하는 ‘개혁’은 노동자로부터 공감을 얻기는커녕 논란만 부채질한다. 그런데도 굳이 추진하려거든 먼저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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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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