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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체 놓고 분열된 5대 거래소와 중소 거래소
입지 좁아진 한국블록체인협회…5대 거래소 협회 탈퇴 가능성 '솔솔'
공동협의체 구성한 시점부터 거론…"거래소별 이해관계 달라"
코인마켓 거래소들 "독과점 부추긴다" 불만…KDA서 자율규제안 별도 마련 논의
블록체인협회 "원화·코인마켓 모두 아우르는 투자자 보호방안 고심"
2022-06-30 17:15:18 2022-07-01 10:04:08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원화거래가 가능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거래소들이 루나 사태 이후 자율규제 방안 마련을 위해 뭉친 가운데 이들 거래소가 회원으로 몸담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코인마켓으로만 운영되는 일부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별도로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를 구성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면서 사실상 협회 측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규제와 관련해 지난 23일 진행된 한국블록체인협회 내부 회의엔 5대 거래소를 제외한 코인마켓 거래소들만 초청됐다. 해당 회의에는 일부 C2C(코인 투 코인) 마켓 중소 거래소 주요 대표들이 참석했고, 자율규제 방안을 비롯해 5대 거래소의 협회 탈퇴 우려, 회원 계약 연장 문제 등과 관련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5대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은 22일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하고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빗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18년에 설립돼 원화마켓 거래소부터 코인마켓 거래소까지 다수 거래소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지만 최근 들어 회원사들이 독자 노선을 택하고 별도 자율규제 방안 마련에 나서면서 난감해진 모양새다. 협회 측 입지가 약해졌다는 말들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22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이 모여 구성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만들면서부터다. 5대 거래소는 루나 사태 재발을 막고자 이 같은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고, 코인 상장 및 폐지 등 최소한의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와중에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원화마켓 운영 자격을 얻지 못해 억울한데, 자율규제 방안 논의에서도 배제됐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8일 금융당국은 원화마켓 운영 자격을 취득한 5개 거래소만 초청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가상자산 리스크 협의회'를 열었는데, 이것을 두고 코인 마켓 거래소들 사이에선 원화거래소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정부가 대놓고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10여곳의 일부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KDA를 구성해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며 대응에 나섰다. 5대 거래소가 공동협의체 구성에 나선 직후인 지난 27일 KDA 측은 가상자산리스크협의회가 5개 원화거래소만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 "독과점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KDA는 최근 금융당국에 코인마켓 거래소도 규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루나 사태 이후 자율규제 대안 마련을 놓고 원화마켓, 코인마켓 거래소들간 불협화음이 형성된 데다, 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의 입지까지 좁아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한국블록체인협회가 5대 거래소가 대거 빠진 현재 구조로는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통화 과세방안 정책심포지엄에서 오갑수 한국블록체인협회·글로벌금융학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에 내는 회비 부담이 큰 데다 5대 원화 거래소들은 코인마켓 대비 훨씬 더 많은, 수억원대의 회비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이라며 "자율규제안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도 꾸준히 내놔야 한다고 협회 내부에서도 얘기가 있었지만, 업비트를 중심으로 당시 4대 거래소 반발이 심해 제대로 된 액션을 취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5대 상위 거래소가 따로 가이드라인을 내는 등 별도 활동을 했다는 것은 불만이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협회로서는 작은 거래소라도 붙잡고 운영을 해야 명분이 서는 상황인데 이들마저 KDA로 빠져버려서 조바심이 나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안은 원화마켓 자격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한데, 그건 뒷전인 데다 가상자산리스크 협의회에서 같이 의논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은 것은 서운한 부분이다"라며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우리에겐 원화거래를 여태껏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는게 더 심각한 차별"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에선 원화마켓 거래소와 코인마켓 거래소 모두를 아울러 자율규제 논의를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각 거래소별로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지션과 관련 정책 이슈들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에 협의체들이 따로 운영되긴 했었다"면서 "C2C마켓 역시 신고 수리된 사업자인 만큼 정책적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금융당국에 관련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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