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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융위 탁상행정에 고사 위기 '비상장 장외시장'
2022-06-23 06:00:00 2022-06-23 06:00:00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인정받은 두 비상장거래 플랫폼이 사실상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컬리, 야놀자 등 인기 유니콘 기업들이 거래 종목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규제에 따라 7월부터 이들 혁신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기존 수백개 기업에서 20~30여개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돌연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건 투자자 보호 이슈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기업만 거래시키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 등을 꾸준히 공시하게 하는 등 비상장 기업이 지켜야 하는 요건을 강화했다.
 
한가지 요건이 더 있다. 사업보고서까지 제출하는 기업이라 해도 플랫폼에 매매를 '등록'한 기업만 거래가 가능하다. 즉, 기업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플랫폼이 마음대로 주식을 유통시킬 수 없는데, 지금까지 이들 플랫폼에 거래를 동의한 곳은 2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굳이 공시 서류를 제출하고 해당 플랫폼에 주식을 유통시키겠다고 할 유인이 크지 않다. 또한 미래에 기업공개(IPO)를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 비중 증가에 따른 주주 다변화가 오히려 골치 아프다는 반응이다. 금융투자협회 주관 장외시장 'K-OTC'도 이같은 요건을 갖춘 기업만 거래시키고 있는데, 기업 유치를 위해 양도소득세 면제, 증건거래세 인하 등 세제 혜택과 상장시 우선심사 등 혜택 등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실익이 적을 뿐 아니라 비상장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간 플랫폼에서 유니콘 기업이 거래되지 않는다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시장은 투자자들이 적절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중간 시장 역할을 해주는데, 이 시장이 위축되면 IPO 단계에 회수 수요가 몰리면서 공모보다 회수에 방점이 찍힌 기형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를 더 위험한 시장으로 내몬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서울거래 비상장이 생기기 전에는 커뮤니티와 딜러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개인들의 비상장주식 거래가 이뤄졌는데, 7월부터 다시 원하는 종목을 찾기 위해 비제도권 시장을 찾는 투자자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가격 호가를 제시하고 체결되는 증권플러스와 서울거래와 달리, 법 테두리 밖의 시장에서는 1대1 매칭이 이뤄진다. 가격 정보가 불투명해 정보 비대칭 문제가 만연하며, 사기 피해에도 당연히 취약한 구조다.  
 
기술력을 갖춘 비상장거래 플랫폼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을 때도, 규제의 칼을 빼든 지금도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 결정을 내린 것일테다. 하지만 비상장 장외시장은 플랫폼을 없앤다고 사라질 시장이 아니다. 자본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팔려 하는 개인들의 수요를 충분히 헤아려 현실적인 조정이 필요한 때다.
 
우연수 증권부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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