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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억 입맛 잡아라"…K푸드, '2500조' 할랄 시장 정조준
SPC는 말레이시아에, CJ제일제당은 베트남에 할랄 공장 건설
2050년엔 무슬림, 전세계 인구 30% 차지…할랄 시장 블루오션
2022-06-22 15:53:32 2022-06-22 15:53:32
할랄 마크가 찍힌 불닭볶음면.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2500조원(2조 달러)에 달하는 할랄 식품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무슬림 인구 증가로 인해 할랄 식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인 버자야 푸드 그룹과 손을 잡고 합작법인 버자야 파리바게뜨를 설립했다.
 
말레이시아는 국교가 이슬람교인 대표적인 할랄 시장이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를 동남아와 중동을 아우르는 할랄 식품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지침에 따라 조리된 음식을 말한다. 생산, 유통, 관리 등에 대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증과정을 거치는 만큼 식품안전, 위생 등을 신뢰할 수 있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프르에 파리바게뜨를 오픈하는 한편 현지에 제빵공장도 짓는다. SPC그룹은 4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3년 6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의 산업단지 누사자야테크파크에 할랄 인증 제빵 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SPC조호르바루공장은 대지면적 1만6500㎡, 연면적 1만2900㎡ 규모로 건립된다.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100여 품목을 생산하며 전세계 무슬림 입맛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산업단지에 들어서는 SPC그룹의 할랄 제빵 공장. (사진=SPC그룹)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097950)도 할랄 식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 롱안성 껀죽현에 들어선 키즈나 공장을 준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키즈나 공장은 할랄 전용 생산동을 갖춘 생산기지다. 할랄 식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공밥, 김치, K-소스 등 품목에서 인도네시아의 울레마협의회(MUI)와 말레이시아 자킴 인증을 받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햇반, 조미김, 김치 등 총 3개 품목 46개 제품에 대해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후 인도네시아 MUI, 한국이슬람협회(KMF) 등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지속적으로 받아오면서 현재 110여개의 할랄 식품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 태국, 싱가포르 등에 수출하고 있다.
 
삼양식품(003230)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1위 마트 판다 220여개 매장에 동시 입점했다. 이를 기반으로 삼아 중동 시장에서의 매출을 늘리겠다는 게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에서 라면 소비량이 많은 17번째 국가(2020년 기준)다. 앞서 삼양식품은 2017년 세계 3대 할랄인증기관인 MUI로부터 불닭볶음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처럼 식품업계가 할랄 식품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슬림 인구 증가로 인해 할랄 식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 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4.7%에 달하는 약 19억명으로 추정되나 2030년엔 22억명, 2050년 30억명으로 무슬림 인구가 더 늘어 전 세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아랍 국가 뿐만 아니라 브라질, 일본 등 비무슬림 국가에서도 할랄 식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할랄 식품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MAR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2553조원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매년 평균 11.24%씩 성장해 2027년에는 약 5000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T 관계자는 “육류, 가금류, 해산물이 할랄 식품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제과·제빵 관련 제품이 연평균 9%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건강상의 이유로 할랄식품을 섭취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공신력과 인지도를 갖춘 해외 인증 기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아야한다”며 “국가나 지역에 따라 할랄 제품 표준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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