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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 자신했는데…새정부 출범에도 제자리
한일 양자 정상회담 어려울 듯…일본 참의원 선거·한일 현안 문제 '원인'
윤 대통령 "진정성 갖고 대화하면 어렵지 않다" 한일 관계 개선 자신
정상회담 무산시 관계 개선 기회 놓칠 수도…"한국 양보 않는 한 어렵다"
2022-06-22 15:50:39 2022-06-22 15:50:3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앞에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새 정부 출범 후 한 달이 지났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냉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기대됐던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한일 관계만큼은 지난 정부와 다르게 잘해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터라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당국은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파트너국'으로 초대된 한미일 3개국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4개국 간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약식 회담 형태로 만날 가능성을 차선책으로 거론 중이다.
 
반면 기시다 총리 측은 한국과의 양자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내 극우파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는 설명이다.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당내 극우파 지지층마저 외면할 경우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극우파 쪽에서는 윤 대통령의 역사관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하게 기시다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이 경제 문제로 서민들의 생활이 눈에 띄게 어려워지고 있고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극우파의 지지를 잃어버릴 경우 선거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참의원 선거 이전에는 한국과는 직접적인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현재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일 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산적해 있는 점도 양국 정상이 양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문제 등을 놓고 한일 양국의 입장 차가 크다. 일본이 최근 독도 주변 해양 조사까지 문제 삼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문제는 일본 자민당 내 극우파들이 이들 현안에 대해 한국에 양보 없는 협상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자민당 내)보수파 안에서도 비둘기파와 매파가 있는데, 매파는 극우"라며 "그 사람들은 한국 쪽에서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원하는 대답을 하기 이전에는 강력하게 (양자)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일본의 자민당 내 매파와 재야의 강경파들의 일치된 의견이고, 그것을 주도하는 극우파 학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10일 일본 도쿄에서 소집된 특별국회에서 일본의 제101대 총리로 재선출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윤 대통령 취임식 불참에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에 이어 최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 합동 기구까지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한일관계 개선의 성과를 조속히 내기 위한 차원에서 일본에 다소 일방적으로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느 일방이 누구한테 매달리는 관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며 "일본 정치 일정도 있고, 해외의 중요한 다자회담을 다녀온 이후에 한일 간 좀 더 구체적인 현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멘텀이 분명히 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지방선거가 있었고 일본은 7월10일 참의원 선거가 있다"며 "한일 관계가 정치 일정에 의해 훼손되지 않게 양측에서 조심하는 측면이 있다. 그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한달이 지났음에도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양국이 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정부의 대일외교 실패를 지적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자신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3월29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와 만나 "(한일관계는)풀리기 어려울 것처럼 보여도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면 어렵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이어 윤석열정부에서도 한일 관계는 여전히 제자리다.
 
오히려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한일관계 개선은)사실 불투명하다"며 "한국이 완전히 양보하지 않는 한 여러 가지 면에서 정치적인 관계 개선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해결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굉장히 많다. (양국 간)감정의 문제도 있고, 강제징용 문제에서 현금화가 사법부 조치라는 점도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한일이 서로 외교적 해결 방식을 논의한다는 측면에서 기대해보겠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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