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마녀2’, 끔찍하게 찬란한 ‘블러드 시네마틱 유니버스’
1편 ‘축소의 세계관’ vs 2편 ‘확장의 세계관’ 대비… ‘장르적 프로토타입’
‘마녀’,1편 순차적 흐름-2편 설정의 생략...불친절·관람습득↓·액션수위↑
2022-06-09 01:00:01 2022-06-09 01: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연출자 박훈정이 의미하는 것, 뚜렷하다. ‘눈을 질끈 감게 만들 정도로 잔혹한 재미’. 우선 박 감독은 이젠 한국 영화계에 흔하디 흔한 스타 감독 대열에 온전히 안착한 연출자 중 한 명이다. 전문 시나리오 작가 출신답게 초기작들은 차별적 스토리 라인이 강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선보인 히트작들을 보면 그의 작품 세계 경향은 뚜렷했다. 극단의 말초 신경까지 찌릿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자극이 동반된 엔터테인먼트. 이 설명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된 박훈정 시네마틱유니버스간판이 바로 마녀. 2018 6월 개봉해 318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가뜩이나 두터웠던 박훈정 마니아층을 더욱 단단하게 다진 작품이다. ‘마녀신세계와 함께 감독 박훈정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마녀속편이 등장했다. 기획단계부터 시리즈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기에 이상할 것 없다. 하지만 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마녀2’는 예상 밖이었다. 우선 두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상식을 넘어선 세계관 확장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번 속편에만 한정된 생략의 공식’. 극단적 장점과 또한 극단적 단점이 공존하는 마녀2’는 어찌 보면 박훈정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지향하는 가장 온전한 완전체로 들어서는 길목의 우뚝 선 장르적 프로토타입의 표본일 듯하다.
 
 
 
마녀세계관, 핏빛 창궐이다. 1편에 이어 2편 역시 마찬가지. 다만 차이라면 1편이 외부에서 내부로 좁혀져 들어오는 축소의 세계관인 반면, 2편은 내부에서 외부로 넓어지는 확장의 세계다.
 
2편은 1편 주인공 구자윤(김다미)이 사라진 뒤 4년이 흐른 시기. 2편은 구자윤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암시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또 다른 마녀가 등장한다. 이름도 없다. 그저 소녀’(신시아). 소녀는 1편에서부터 공개된 마녀 프로젝트시작이 되는 이른바 완성형 프로토타입이다. 모든 기준에 부합된 사실상 무결점에 가까운 실험체. 실험체이기에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모두 실험실이다. 영화에선 아크라 불리는 곳. 하지만 이 곳이 누군가에 의해 습격 받아 초토화된다. 그 혼란을 틈타 소녀가 탈출한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탈출한 소녀, 모든 면에서 완전 무결하다. 특히 정신적으로 무결한 상태. 그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경희(박은빈)를 우연히 만나 도움을 받는다. 이후 경희 농장에서 그의 동생(성유빈)과 함께 지낸다. 태어나 처음 세상을 경험하는 소녀에겐 모든 것이 낯설고 또 신기하다. 호의적인 상대에게 호의적이지만 적대감을 드러낸 상대에겐 적의가 가득한 소녀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같은 시각 1편에 등장한 본사에선 아크 책임자 장(이종석)마녀 프로젝트창시자 백총괄(조민수)을 찾아온다. 장과 백총괄은 대립하는 세력 수장들. 둘다 본사 소속이지만 장은 인간 능력을 벗어난 초인들이 세상을 지배해야 한단 초인간주의 그룹 수장. 반면 백총괄은 초인을 인간들이 도구로 사용해야 한단 유니언 그룹 대표다. 둘의 지향점 자체가 전혀 다르다. 때문에 장은 이번 소녀탈출을 의심한다. 전편의 구자윤 탈출 사건까지 엮어 백총괄이 초인간주의 그룹 견제를 위한 계략으로 터진 사건이라 의심한다. 본사 내부 분열 조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소녀의 중요성을 인식, 일단 소녀회수 작전에 돌입한다. 두 사람은 본사 유니언 그룹 소속 조중사(서은수) 팀을 회수 작전에 투입시킨다. 조중사는 과거 장의 수하였다. 하지만 어떤 사건 이후 장과 틀어져 버렸다. 조중사는 현재는 백총괄 수하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한편 소녀가 머무는 농장은 경희와 그의 동생 대길의 아버지 소유. 하지만 아버지가 죽은 뒤 조직폭력배 용두(진구)가 노린다. 용두는 과거 두 사람 아버지의 수하였지만 현재는 배신을 한 상태. 용두 패거리의 농장 습격과 함께 조중사 팀도 농장에 도착. 또한 아크를 초토화시켰던 의문의 4인방 토우세력까지 등장. 이 농장은 이제 소녀를 놓고 초인간주의 그룹과 유니언그룹 그리고 토우 4인방까지 가세한 홀로코스트 초읽기에 들어간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박훈정 감독은 마녀 1편에서 소녀 구자윤에 대한 얘기에 집중했다. ‘마녀란 제목에 걸맞게 깜찍한 외모 뒤 끔찍한 살육 본능을 숨긴 소녀의 마녀적 성장담 비밀을 풀어낸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여러 키포인트. ‘본사라 불리는 집단, ‘마녀 프로젝트’, 그리고 미스터 최’(박희순)를 중심으로 한 군인 출신 실험체 집단. 그리고 미스터 최 배후이자 본사 소속 닥터 백을 견제하는 또 다른 연구 집단까지. 2편에선 이들 소재의 확장을 노린다.
 
1편과 이번 2편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본사’. 그리고 마녀 프로젝트 창시자 백총괄의 숨은 야욕과 그를 견제하는 초인간주의 세력 수장 의 야심. 장을 견제하는 조중사, 그리고 그와 얽힌 과거 사건. 백총괄이 수장인 본사 소속 분파 유니언 그룹존재 등. 얽히고설킨 관계의 복잡성이 무한대로 확장된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무엇보다 2편에선 1편 주인공 구자윤의 시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오프닝에 등장하며 전체 세계관의 프리퀄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이 시작은 2편 주인공 소녀의 기원과도 얽히며 1편의 닥터 백 그리고 2편 백총괄과의 연계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런 의심은 마녀 시리즈가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마돈나 신드롬까지 연계해 해석할 여지까지 남겨 버린다. 이 세계관이 확장되고, 추후 시리즈가 연속된다면 1편과 2편 주인공 그리고 닥터 백과 백 총괄 존재에 대한 힌트를 넘어 마녀 프로젝트실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의미적 메타포로서 기능될 가능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이런 장점이 뚜렷하게 찍힌 마녀2’는 공교롭게도 단점으로 균등한 기능성도 남긴다. 1편과 2편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설정 자체가 전혀 다른 작품이다. 1편이 전체 세계관의 프롤로그라면 2편은 본격적 오프닝 성격을 띤다. 두 편의 교집합은 구자윤이란 인물 하나뿐. 또한 2편에선 워낙 많은 존재와 설정이 등장하기에 관람의 습득 속도가 1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점을 완벽하게 상쇄시키는 설정이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 된 액션 수위다. 1편 액션 수위도 상당했지만 2편은 더 강력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쏘아 올려진 불꽃놀이처럼 액션의 핏빛 판타지가 스크린을 붉게 수 놓는다. 상당히 잔인하고 끔찍할 정도로 고어적이다. 국내 액션 영화 장르에서 이 정도 수위는 단연코 전무후무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참고로 박훈정 감독은 자신의 전작 낙원의 밤을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낙원의 밤극중 배경도 제주도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의 영화적 세계관에서 제주도는 온전한 지옥 그 자체다. ‘마녀2’에서도 제주도는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색일 뿐이다. 끔찍할 정도로 찬란한 제주의 붉은 밤이다..
 
영화 '마녀2' 스틸. 사진=NEW
 
마녀2’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1편의 순차적 흐름과는 전혀 다른 불친절한 영화다. 하지만 마녀2’를 본 뒤라면 이 세계관 확장성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이런 세계관은 한국영화에선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이다. 마녀 세계관은 이번 2편을 시작으로 온전히 열린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개봉은 오는 15.
 
P.S 쿠키영상이 있다. 쿠키 영상을 보고 나면 마녀 세계관의 넓이와 깊이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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